베개만 바꿔도 Cool Cool∼ 열대야에 단잠

입력 2013-07-30 17:22


“베개 종류가 이렇게 많아요? 베개를 사려면 뭘 측정해야 한다고요?”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을 보이면서 찾아온 무더위, 밤새 뒤척이다보니 베개가 왠지 불편하게 느껴졌던 한가희(27)씨. 베개를 새로 마련하기 위해 지난 29일 서울 청담동 ‘이브자리’ 매장에 들른 한씨는 깜짝 놀랐다. 베개 종류가 얼핏 봐도 100개는 훨씬 넘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베개 사러 왔다’고 하자 직원은 새로 마련하는 이유를 물었다. ‘목이 좀 불편한 것 같아서’ 라고 하자 ‘경추 깊이를 측정하고, 어떻게 자는지 잠버릇도 알아야 알맞은 높이의 베개를 추천해드릴 수 있다”고 했다.

‘커버가 예쁜 베개로 바꿔야지’ 마음먹었던 한씨는 적잖이 당황했다. 마침 매장에 나와 있던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고도담 선임연구원이 한씨에게 설명을 했다. 고 연구원은 “잘 때 베개를 베지 않으면 목 부분이 오목하게 뜨면서 척추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베개로 그 빈 공간을 채워 주고 받쳐 주는 것”이라면서 경추 깊이를 측정해야 적절한 베개 높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경추 깊이를 측정 받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침대만 과학인 줄 알았더니 베개야말로 과학이네…”

한씨의 경추 깊이는 2.1㎝. 경추 측정이 끝나자 베개 속에 넣을 충전물을 골라 보라고 했다. 고 연구원은 소재의 특성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땀을 많이 흘리면 흡습성이 뛰어난 양모, 알러지가 있으면 진드기 예방이 되는 극세사,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선호한다면 속이 빈 콩알 모양의 폴리에틸렌 소재의 마르코빈즈를 추천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거위털, 편백나무, 텐셀, 메모리폼 등 다양하게 있으므로 골라보라고 했다. 한씨는 통풍도 잘 된다는 마르코빈즈를 골랐다.

충전재를 고른 뒤 잠버릇을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하고 자지?’ 생각이 안나 눈을 깜빡이자 고 연구원은 “자기 전에 어떻게 누웠을 때 편한지, 아침에 눈 떴을 때 주로 어떤 자세인지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한씨가 “옆으로 누워 자는 것 같다”고 하자 경추 깊이보다 1,2㎝ 높은 베개가 알맞다고 추천해주었다. 고 연구원은 베개 3개를 골라 주면서 “베개 높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맞출 수도 있으니 체험존에서 직접 베보라”고 했다. 한씨는 3개를 번갈아 베본 뒤 한 개를 골랐다. 고 연구원은 “베개를 베고 옆으로 누웠을 때 척추라인이 일직선으로 되어 있는지, 목 부분에 빈공간은 없는지 어깨가 접히지 않았는지 등 잘 봐야 한다”면서 베개를 사러 갈 때는 동행이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똑바로 누워 자는 사람은 베개를 벴을 때 턱이나 이마가 들리지 않는지, 목과 베개 사이에 손을 넣었다 뺐을 때 빈 공간이 지나치게 많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한씨는 베개 커버는 모달과 텐셀보다는 덜 부드러웠지만 약간 빳빳하지만 촉감이 좋은 순면에 줄무늬가 있는 것으로 골랐다.

드디어 몸에 딱 맞는 베개를 고른 한씨는 다양한 베개들을 살펴봤다. ‘이거 베게 맞아?’ 싶은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몸 부분 부분을 위한 베개들이 따로 있었다. 발을 심장보다 6∼10㎝ 높게 유지해 줘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붓기를 완화시켜 준다는 다리베개, 킬힐을 즐겨 신는 젊은 여성들의 뭉친 발가락과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는 데 특효라는 발가락 베개, 눈의 피로감을 개선해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눈 베개, 옆으로 누웠을 때 다리와 몸통 부분을 지지해 자세를 편하게 유지시켜 준다는 전신베개….

한씨는 옆으로 누워 잘 때 편안한 수면을 도와준다는 전신 베개도 구입했다. 한씨는 “새 베개와 전신베개 덕분에 밤새 쿨쿨 자게 됐다”고 싱글벙글이다.

실제로 베개 높이는 숙면과 관계가 있다.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김태우 박사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베개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너무 낮거나 높은 베개,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폭신한 베개는 숙면에도 방해가 되지만 코골이, 목이나 어깨 허리에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개를 구입할 때는 직접 베볼 수 있는 곳으로 가보자. 서울은 이브자리 논현점과 청담점 잠실점 삼성점, 한샘인테리어 잠실점 논현점 방배점 등에 체험이 마련돼 있다. 8월 8∼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3 국제수면박람회 & 힐링페어’에도 다양한 베개와 함께 체험존이 준비되므로 한번 들려 보자.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