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성태윤] 저녁이 있는 삶과 일자리
입력 2013-07-30 17:33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했는데, 결국 삶의 질을 좌우하는 근본이 일자리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특히 고용률을 경제성장의 부차적 지표가 아닌 경제정책의 종합 목표로 인식함으로써 정책 조율을 위한 주요 기준점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는 상당히 의미 있다. 그러나 2012년 우리나라 고용률이 64.2%임을 감안하고, 2002년 63.3%부터 10년간 고용률이 겨우 0.9% 포인트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특히 고용률을 제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여성 인력이다. 우리나라는 여성 고용률이 50%대 초반에 머물러 이 수치가 이미 70%를 넘어선 스웨덴뿐 아니라 50%대 후반에서 70%대까지 이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 및 OECD 평균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의 장시간 고용이 고착화된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난 선거에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는데 역설적으로 일반적인 근로자의 삶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육아 및 가사 부담을 여성이 많이 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현재 같은 전일제 근무 형태로는 여성 고용률을 제고하기 어렵다. 또한 출산 및 육아 과정에서 많은 여성의 경력이 단절된 상황을 감안하면 전일제로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 여성 고용률을 제고하기는 더욱 곤란한 상황이다.
결국은 시간제 근무로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한데, 문제는 시간제 근무를 고용률 제고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현재의 종일제 근무가 시간제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고용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고용의 질 저하는 고용률 제고라는 정책 목표에는 부합되지만 사회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괜찮은 일자리로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전일제 근로자를 시간제로 변화시키기보다 기존에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던 여성 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시간제 근무는 단순한 노동시장 유연화 차원이 아니라 가사와 근로를 병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환언하면 여성 고용률 제고는 출산·육아와 관련된 여성의 노동참가 기회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출산·육아와 관련된 부분에서 여성 부담을 낮추는 것이 고용주 부담으로 전환돼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다시 기업이 여성 인력 채용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동일 업무의 경우에 고용 부담이 양성 간에 평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출산·육아와 관련된 기업 부담 부분은 국가가 책임지는 체제가 필요하다. 특히 출산·육아는 현재와 같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국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이므로 정부가 역할을 적극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 재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득계층별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출산·육아 비용을 넘어설 정도로 이미 충분한 소득을 창출하고 있는 계층에 대해서는 관련 비용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통해 경력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전문직·고위직을 최소 일정 부분 할당해 여성들이 진출하도록 강제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다. 반면 소득이 낮은 계층에 대해서는 직접 출산·육아와 관련된 부분을 지원하거나 고용주를 통해 이러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고 여기에 따른 비용은 정부 재원으로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모든 계층에게 재원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저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교육·훈련과 연결시킴으로써 이들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분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