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에도 자신을 드러낸 예수님 성경 스토리를 ‘사실’로 만드는 근거
입력 2013-07-30 18:03
로마법과 그리스도의 십자가/임덕규 지음/CLC
고대 팔레스타인 문화가 성경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면 세계 역사는 성경 스토리를 ‘팩트’로 만드는 중요 요소가 된다. 성경 자체가 이미 6000년간의 역사적 기록이지만 구약의 사무엘서부터 에스더서까지는 ‘역사서’로 불릴 만큼 실제 역사를 전면적으로 다룬다. 신약의 경우엔 ‘공관복음’이라고 부르는 마태·마가·누가복음서가 역사적 상황 속에서 예수의 탄생과 죽음, 부활을 담아낸다.
복음서는 특히 당시 세계를 정복한 로마 시대와 직접 맞닿아 있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 불리는 군사력과 법률에 의해 유지되던 평화 속에 ‘예수 이야기’ 전체가 녹아 있는 것이다. 유대의 분봉왕 헤롯대왕과 유대총독 본디오 빌라도라는 실제 인물은 예수 탄생과 부활을 ‘역사적’으로 뒷받침하는 증인들이다.
예수는 당시 세계 최고 재판권을 대표하는 로마의 재판관이자 총독이었던 빌라도에게서 심문을 받고 세 번씩이나 무죄를 확인했다. 하지만 자신의 총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빌라도는 유대 교권주의자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요구를 받아들여 불의한 재판을 강행했다.
총독의 사형선고에 대한 피고의 상소는 허용되지 않았다. 로마법에 따라 총독의 사형선고가 떨어지자 로마법대로 사형은 즉시 집행됐다. 예수의 죽음은 불의의 사고도, 자객의 손에서도, 자연사도 아니었다. 로마의 형벌에 따라 가장 비열한 죄수와 인간의 찌꺼기로 간주돼 로마 법률의 극형인,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수는 죽음 이후에도 역사 속에서 자신을 드러냈다. 당시 사형당한 죄수의 시체는 들판 등지로 버려져 새들의 먹이가 됐다. 하지만 예수님의 시신은 버려지지 않고 무덤에 들어가 돌로 인봉됐고 로마 경비병들이 지켰다. 예수 부활의 첫 목격자는 당연히 이들 경비병이었다. “지키던 자들이 그를 무서워하여 떨며 죽은 사람과 같이 되었더라.”(마28:4)
저자에 따르면 바로 이 역사적 근거야말로 기독교 신앙을 견고하게 만드는 팩트다. 예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 국지적 인물이 아니라 세계 역사 속에서 분명하게 자신을 드러냈던 구원자, 그리스도(메시아)라는 점이다.
기독교 신앙은 이 팩트에 근거한다. 간혹 ‘팩트’ 대신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나 체험에 의지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예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마음의 평안을 주는 ‘신(god)’으로 전락한다. 믿음이 흔들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