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속의 하나님이 심술궂다고?

입력 2013-07-30 18:01 수정 2013-07-30 20:12


내겐 여전히 불편한 하나님/데이비드 램 지음, 최정숙 옮김/IVP

“구약 속 심술궂고 신랄한 하나님이 어떻게 신약에서 선한 사랑의 하나님이 되셨을까요?” 저자 데이비드 T 램 미국 비블리컬신학교 교수는 구약학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수업을 진행한다. 램 교수는 구약 속 하나님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사랑이라는 하나님의 본질을 설득하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신학교 수업이 지상 중계되는 듯 생생하다.

◇평판 나쁜 진노의 하나님=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나쁜 평판은 기독교 초기부터 존재했다. 신학자 마르시온(AD 80∼160년쯤)은 제자들에게 “서로 다른 두 신이 있다”고 가르쳤다. 신약의 하나님은 자비와 구원을 베푸는 자비로운 신인 반면 구약의 하나님은 율법과 정의를 강조하는 냉혹한 신이라는 것이다.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는 “구약 속 하나님은 불쾌하다. 복수심 강하고…”라고 했다.

웃사가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숨지는 장면(삼하 6:7)이 그런 예다. 언약궤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은 웃사를 칭찬하는 것이 더 정당해 보이는데 하나님은 진노하셨다. 또 소돔 거리에 살던 롯은 천사를 찾기 위해 자신의 집에 온 동네 불한당에게 두 딸을 강간하라(창 19:2∼8)고 한다.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사는 사람을 쓸어버리라(수 10:40)고 했다.

하나님이 웃사에게 진노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님은 언약궤를 직접 사람이 지고 옮기라고 여러 차례 명령했으나 이스라엘 민족은 수레에 언약궤를 올렸다.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 통치자는 사람이 매는 가마로만 이동했다. 수레는 짐을 옮기기 위한 것이었다. 하나님이 자신의 언약을 잊은 이스라엘 민족을 심판하기 위해 웃사를 즉사시켰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는 성경 어디에서도 딸을 강간하라고 한 룻의 행위가 옹호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소돔성 사람들은 강간미수죄로 벌 받아 눈이 멀었고 나중에는 성 전체가 진멸됐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가나안을 쓸어버리라고 한 것은 가나한 거민들의 우상숭배, 요술 등의 죄 때문이라고 저자는 봤다.

◇변함 없는 사랑의 하나님=하나님이 성경에 계보를 상세하게 기록한 것은 모든 인종을 중요하게 여기고 모두 한 핏줄에서 나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가나한 땅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종족의 끊임없는 전쟁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구약의 이런 난해한 부분을 논의하는 것은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저자는 창세기를 들어 하나님의 첫 명령은 저 열매를 먹지마라가 아니라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8)는 것이었다. 이 명령을 지키려면 성관계를 많이 가져야 한다. 또 많이 먹으라(창 2:16∼17)고 했다. 율법만 안겨준 게 아니라 인간에게 성과 음식이라는 선물을 주면서 즐기라고 명령하셨다는 것이다. 구약에는 신실하시고 복 주시는 하나님의 불변성이 4차례나 언급된다.

신약의 예수도 구약 성경을 인용해 제1, 2계명을 제시했다. 가장 큰 계명은 하나님을 온전히 사랑하라(신 6:5),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레 19:18)였다. 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자칫 신구약 하나님의 본질이 사랑에 있다는 것을 망각하게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왜곡된 인식은 무신론자들에게 하나님이 가혹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고 저자는 우려했다.

이 책은 결국 구약의 하나님 역시 사랑과 오래 참음의 신이고 이방인을 환대하라고 한 분이라는 것을 성경을 근거로 논증하고 있다. 저자는 미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과 산업공학을 공부하고, 풀러신학교와 옥스퍼드대 등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미국의 IVF의 캠퍼스 사역자와 지역 책임자로 활동했다. 다른 저서로 ‘의로운 예후와 그의 악한 후계자들’이 있고 현재 ‘열왕기 주석’을 쓰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