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류 싫어하는 아이들 채소와 친구 맺어 주세요
입력 2013-07-30 17:29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자녀들과 부모들의 시간표는 반대로 돌아가게 마련. 방학을 하면 학원 서너 곳 다니는 아이들도 학교 다닐 때보다는 느긋해진다. 하지만 부모는 다르다. 엄마 아빠 노릇에 선생님 역할까지 더해야 하니 몸과 마음이 바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1,2학년 연년생 아들을 두고 있는 최선경(40·서울 안방학동)씨는 지난 29일 “방학한 지 사나흘밖에 안 됐는데 벌써 지치는 것 같다”고 엄살을 부린다. 지난주말 내내 방학을 한 두 아이의 생활계획표 짜는 데 매달렸다는 그는 “이번 방학에는 형제의 편식을 고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아이 모두 채소를 잘 먹지 않아 걱정이라고. 최씨는 “큰 아이는 햄버거를 먹을 때 양파나 토마토까지 골라낼 정도”라며 속상해했다.
편식, 특히 채소를 먹지 않는 것은 최씨 자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바른먹거리 캠프를 개최하고 있는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 본부 양광연씨는 “캠프 참가자 부모들이 자녀를 캠프에 보낸 이유로 80%이상이 편식을 꼽았으며, 이들 대부분이 채소를 거의 먹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 중에는 과일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꽤 된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채소와 과일을 잘 먹지 않으면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성장이 더디고, 식이섬유소가 모자라 변비가 생길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에 꼭 필요한 채소를 아이들은 왜 싫어할까? 정 교수는 “채소가 지닌 고유한 맛, 냄새, 그리고 질감 때문”이라고 했다.
채소의 고유한 성질이 바뀔 리 없으니 아이의 입맛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데, 결코 쉽지 않다. 잘 먹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것은 절대 금물. 전문가들은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는 최소 8∼10번의 노출이 필요하며, 서서히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을 전문용어로는 ‘푸드 브릿지(food bridge)’라고 한다.
푸드 브릿지는 4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 과일과 친해지게 하는 것.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은경씨는 “주말농장을 하거나 베란다, 창가 등에서 채소를 직접 키우게 해 수확하면 사오는 것보다는 잘 먹으니 한번 시도해보라”고 추천했다. 채소밭에 놀러가거나 장을 같이 보면서 채소를 직접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풀무원식문화연구원 남기선 박사는 “자녀가 6세 이하는 채소를 갖고 놀게 하고, 초등학생 이상은 요리에 참여하게 하면 채소와 쉽게 친해질 것”이라고 일러 준다. 저학년은 섞기 젖기 등을, 고학년은 썰기 등을 시킨다.
물론 채소와 친해졌다고 바로 먹지는 않는다. 2단계는 재료를 알아볼 수 없게 하되 모양이나 색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반죽할 때 당근을 갈아 넣어 만든 당근 칼국수, 완두를 갈아 전을 부친 완두콩전처럼 재료가 드러나지 않게 하는 요리를 만들어 준다. 아이가 먹고 난 뒤 방금 먹은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줘 그 맛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준다.
3단계는 채소를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와 섞어 주는 것.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고기에 버섯을 조금 넣어 전을 붙여 준다. 채소의 양을 서서히 늘려 맛과 친해지도록 이끈다. 4단계는 셰이크나 셔벗을 만들어 채소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한 가지 채소를 제대로 먹게 된 다음 다른 채소로 넓혀 간다. 일단 한 가지 채소를 먹게 되면 다른 채소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김씨는 “아이들이 먹기 싫다고 할 때 한 두번 준 다음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초등학교 상급생 이상은 감성적인 접근을 병행하라고 조언한다. 연예인 등 자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채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 부모가 식사를 같이 하면서 채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