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화 세계 무대로] “동·서 소통 길 ‘실크로드’ 그 동쪽 출발점은 신라의 경주”
입력 2013-07-30 17:11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통일신라와 실크로드의 관계를 밝혀내고 조명하는 게 목적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경주가 실크로드의 동단(東端) 기점(起點)이라는 것을 알리자는 것이지요.”
실크로드 출발지는 국제통설상 중국 시안(西安)이다. 하지만 정수일(79·사진)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30일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경주가 실크로드의 동단 기점임을 확인하고 이를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실크로드에 스며 있는 신라문화와 신라인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밝혀 이론적으로 정립할 생각이다. 경주 실크로드 대감(大鑑)을 편찬하고 국내에도 실크로드 대사전을 발간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정 소장은 “실크로드는 동·서 소통의 길이자 우리의 뿌리가 있는 길다. 미래 한국의 역사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존중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는 지금껏 학문적으로 비단길에서 제외돼 왔다고 주장한다. 중국에만 연구가 치우쳐 왔기 때문이다. 각종 유물과 기록들을 보면 비단길은 한국과 서역·남미까지도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실크로드를 학문적으로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정 소장은 실크로드가 경주까지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사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燕)나라(BC 323∼BC 222)에서 만들어진 화폐 명도전(明刀錢)을 들었다. 명도전은 고조선·고구려·발해에서 주로 발견되고 경주와 남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역에서 발굴되고 있다. 이는 육로를 통한 교류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증거라는 것이다. 이런 유물을 보면 비단길이 한반도까지 이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소장은 ‘실크로드 한반도 연장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제대로 연구를 하고 이를 알리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우리 귀에 익숙하다. 1996년 간첩 혐의로 구속돼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00년 형 집행정지로 출소했고, 2003년 특별사면·복권돼 한국 국적도 얻었다. 정 소장은 중동전문가이며, 문명교류 분야 석학이고, 12개국 고대언어에 정통한 언어학자다.
정 소장은 “경주가 실크로드의 동단 기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건 결코 쉬운 사업은 아니지만 민족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기꺼이 프로젝트에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