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덜컹’한 접촉사고에 단체로 드러누운 등산동호회
입력 2013-07-29 18:49 수정 2013-07-29 22:07
등산 가는 길에 차량 접촉사고가 나자 멀쩡히 산행을 마친 뒤 다음날 일제히 교통사고 환자로 입원한 등산동호회원 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3명은 택시기사이고, 1명은 택시회사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9일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타내려 한 혐의(사기미수 등)로 정모(49)씨 등 4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둔촌동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남한산성에 가다 ‘사고’를 당했다. 뒤따라오던 승용차가 버스를 살짝 들이받았다. 버스엔 승객 15명이 타고 있었지만 고통을 호소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들도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남한산성에서 예정했던 등산을 마쳤다. 하지만 이튿날 4명 모두 병원에 입원해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택시기사들은 가벼운 접촉사고일 경우 보험사에서 까다로운 절차 없이 치료비와 합의금을 지급하는 점을 알고 이를 노렸다. 한 명은 평소 앓던 허리 통증이 이 사고로 심해졌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일한 여성인 식당주인 김모(64)씨는 실제 18일간 입원해 치료비 60여만원과 합의금 110만원을 받았다. 합의가 지연되자 장기간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역시 식당에 찾아오는 택시기사들과 오랜 친분을 쌓은 터라 사고 처리 관행을 잘 알고 있었다.
김씨를 제외한 3명은 보험금을 지급받기 전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들의 합의금 요구가 지나치다고 판단한 보험사 측이 사고 현장 CCTV를 입수해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보니 이들이 탄 버스는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처럼 가볍게 출렁인 정도였다”며 “추궁을 하자 한 명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범행을 실토했는데 나머지는 여전히 아프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에도 경미한 사고로 보험금을 타낸 전력이 있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