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금 마구 끌어들인 종편, 예고됐던 불공정 방송

입력 2013-07-29 18:32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종합편성채널 주주로 참여한 면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애초부터 방송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였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종편에 투자한 저축은행은 부실이 더욱 가중됐고, 결국 공적자금 투입을 불러 국민 부담만 가중시켰다. 학교재단과 의료재단이 수백억원을 투자한 것도 비영리법인의 자금운영 원칙에 어긋난다.

신문방송겸영시대를 내세우며 거창한 구호로 출발한 종편이 불공정 시비와 저조한 시청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 새삼 밝혀진 셈이다. 부실 저축은행이 유동성과 수익성이 불투명한 종편에 투자하면서도 방송통신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으며 선정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도 않았다. 종편 선정 과정부터 불공정과 부실이 존재했다는 말이다.

출발이 베일에 가려져 있으니 방송이 공정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종편채널이 보여준 편향성은 새삼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일전에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에 북한의 간첩이 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해 관련 단체의 항의를 받고 사과까지 했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의혹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해 일방적인 시각만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대기업 하도급 업체 여러 곳이 별 이익도 나지 않고 장래도 불투명한 종편에 투자한 배경은 여전히 아리송하다. 투자하려니 법에 저촉되는 데다 이익도 날 것 같지 않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하청기업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방송의 영향력에 기대 이익을 얻거나 불이익을 피해보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방통위는 법원 판결에 밀려 마지못해 자료를 공개하는 구태를 접고 새 자세로 일했으면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논란 속에 출발한 종편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매체로 거듭나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종편도 방송의 본질인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번 자료 공개가 방통위와 종편에 쓴 약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