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종편 주주명단] 車부품·건설사들 수상한 투자… 쪼개기 출자도 다반사

입력 2013-07-29 18:30 수정 2013-07-29 22:23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들의 무차별적·전방위적 투자 유치가 사실로 확인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29일 발표한 종편 승인심사 검증 결과 미디어 업종과 관련 없는 상당수 법인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소규모 투자와 함께 여러 사업자에 대한 중복 투자 실태가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저축은행으로 대표되는 부실 자본에 대한 심사를 부실하게 했을 뿐 아니라 편법에 의한 사실상 1인 소유 지분 초과, 동일인 주주의 쪼개기 중복 출자 등에 대해서도 눈을 감았다는 게 언론연대의 지적이다.

◇“왜 투자했을까”=언론연대는 지난 12일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5개 종편 신청 사업자 CSTV(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CUN(태광산업) HUB(한국경제신문)와 5개 보도채널 신청 사업자 뉴스Y(연합뉴스), 서울뉴스(서울신문), 머니투데이(머니투데이), HTV(헤럴드경제), 뉴스온(CBS)의 심사 일체 자료를 검증했다. 주주 유형을 개인, 상장회사, 비상장회사, 비영리법인, 외국법인 등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부실 자본의 투자 참여 외에 이상한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법인 주주의 경우 건설, 자동차부품, 의료 등 3개 업종에 집중됐다. 검증을 주도한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통계청의 2010년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건설, 자동차부품, 의료 등 3개 업종에 속한 사업체 수 비중은 다 합쳐 3.1%에 불과하다”며 “부실업종 대표인 건설업계, 분쟁과 관련된 의료업계가 왜 이렇게 높은 비율로 들어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이 없는 자동차부품 회사들이 투자한 점도 특이한 대목이다.

42개 주주가 복수의 사업자에 중복으로 참여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종편과 보도채널의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눈치를 보던 몇몇 업체들이 중복 투자를 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JTBC, 채널A에 각각 30억씩 투자한 것을 비롯해 머니투데이와 HUB, HTV 등 5개사에 투자했다.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으나 백지신탁을 할 수 없다며 자진 사퇴한 황철주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중복 참여 주주의 출자금 합계는 채널A가 32개사 392억원, JTBC 13개사 269억원, CSTV 24개사 189억5000만원 순이다.

◇심사 과정의 문제점은=언론연대는 방통위 심사 과정의 문제점으로 저축은행 등 부실 자본에 대해 평가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언론연대는 또 “의료재단과 학교재단의 투자에 대해 심사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지적되긴 했지만 종편 사업자 평가에서 크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료재단과 학교재단이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현금 유동성도 떨어지는 사업에 거액을 출자한 것은 통상적으로 비영리법인의 자금 운영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률상 문제는 없지만 경영이 대체로 부실한 지역 신문사들의 종편 참여도 지적했다. 제주일보 등 7개 지역 신문사는 CSTV, JTBC, 채널A 등 중앙 일간지가 주도한 종편 사업에 42억원을 투자했다.

아울러 언론연대는 방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방통위가 주요 주주의 경우 특수관계인 주주의 지분을 합하지 않고 개별주주 단위로만 심사한 점, 최대 주주 및 주요 주주가 법인인 경우 사실상 지배자(자연인)에 대한 심사를 하지 않아 규제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