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덴버신학교 마크 영 총장 “교회가 사회 이슈 고민할때 선교 길 열려”

입력 2013-07-29 18:26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신학교 마크 영(Mark Young·57) 총장은 선교 전문가다. 그는 1982년부터 95년까지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등지에서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이후 댈러스 신학교에서 14년간 선교학을 가르쳤다. 2009년부터는 덴버신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덴버신학교는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초교파 신학교로 40여개 교단 1050여명의 학생이 다닌다. 그는 학생들에게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나만 누리는 것은 복음이 아니다. 구원받은 존재로서 온 세상에 그 구원의 의미를 전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덴버신학교는 성경에 기초하면서도 현대사회가 종교에게 던지는 윤리적 문제, 공공정책, 가치관과 영적 문제 등을 고민하고 대답을 제시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한다.

지난 25일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에서 만난 영 총장은 “선교란 참되고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고, 그분이 세상을 구속하시려는 것에 하나님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선교를 위해 교회와 신학교는 복음의 핵심과 정체성을 철저하게 부여잡아야 한다”며 “성경에 입각한 보수적인 신앙과 신학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 총장은 “미국 기독교는 이것을 잘 지키지 못해 지난 40∼50년간 꾸준히 쇠퇴했다”고 말했다.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는 기독교의 역할을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명예를 얻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기복신앙으로 축소시켰고, 기독교 정신을 보수주의 정당의 이데올로기와 동일하게 만들었다”는 그의 분석은 한국 기독교 역시 비슷한 위기를 겪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처럼 들렸다.

영 총장은 “오늘날 교회가 다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시대가 갖고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접촉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이슈를 교회가 함께 고민하고 붙들 때 선교의 길도 열릴 것”이라 말했다. 그는 접촉점을 찾은 한 예로 ”지난 5월 오클라호마에 토네이도로 인해 20여명이 숨지고 주택 300여채가 파손된 재해가 발생했을 당시 크리스천들이 앞 다퉈 현장으로 달려갔다”며 “NBC 뉴스에서 ‘크리스천들이 연방공무원보다 (현장에) 먼저 와서 봉사했고, 공무원들이 떠난 후에도 크리스천들은 현장에 남아 구호를 도왔다’고 보도해 미국 내 큰 울림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동성애 문제와 관련, “최근 3∼4년간 미국이 급속도로 동성애를 용인하고 있다”며 “동성애가 인권적 이슈로 주로 다뤄지고 있는데 이는 매우 충격적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와 신학교들은 결혼이 남성과 여성의 이성 간 결합이라는 공통적 확신을 갖고 있다”며 “덴버신학교 역시 동성애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이 대체로 합의하고 있는 사실은 우리가 성적 행위와 성적 정체성 내지 지향성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가령 동성애자 기독교인이 있다면 그의 성적 지향성과는 별개로 그는 결코 동성과 성적 관계를 맺으면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성애 문제가 단순히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선교적 과제’가 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영 총장은 “교회가 동성애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보는 시각 또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목회자들이 ‘성경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 총장은 “많은 젊은세대들이 화려한 사역만 추구하는 대형 교회와 스타 목회자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며 “교회의 본질과 모든 사역의 중심에 있는 것은 ‘신학교육’”이라고 했다. “21세기 보다 더 많은 신학적 자원을 가진 시대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이보다 신학적 자원을 흡수하지 못하는 시대도 없다”는 영 총장은 “사역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신학교육이나 신학적 사유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영 총장은 “성경 해석과 교리교육 등 신학을 무시하는 단체나 교회의 사역은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성경 해석 훈련에 가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방식을 일원화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전통적인 예전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거나 기적 등 불가사의한 체험 또는 성경 읽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기도 한다”며 “목회자는 이들에게 다양한 통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젊은세대 중 교회가 예전에 유지 해왔던 예전, 성만찬 세례 등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흐름이 왕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목회자의 역할을 고린도후서 5장 14절에서 찾았다. 영 총장은 “말씀처럼 목회자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강권하시는 대로 한 개인을 사랑하고 열방을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역의 성공 여부는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영 총장은 “단기간에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는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다. 한국에 복음이 처음 들어왔을 때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듯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믿음의 열매가 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전략과 전술을 바꾸면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생각하지만 예수님이 구원자라는 진리를 신실하게 고백한다면 결국 그 열매는 하나님이 맺게 해주신다. 단기적으로 열매를 맺으려고 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영 총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절대로 두려워하지 말고, 소망과 희망을 바라본다면 그 교회는 하나님과 신실하게 관계맺는 사람들이 모인 참 교회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