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은 진정한 영화 장인”… ‘설국열차’ 주연배우 크리스 에번스·틸다 스윈튼 방한
입력 2013-07-29 18:20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이유요? 바로 봉준호이기 때문입니다.”
봉준호(44)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에 탑승한 영국 출신의 명배우 틸다 스윈튼(53)은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함께 이 영화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 에번스(32) 역시 “영화를 고를 때 감독을 제일 먼저 본다. 감독은 영화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나리오가 좋아도 종이에 불과하다. 이야기와 인물을 살리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봉준호 감독은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퍼스트 어벤져’와 ‘어벤져스’로 알려진 배우 에번스는 이 작품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꼬리칸의 지도자 커티스 역을 맡았다. 강렬한 액션 뒤에 깊은 상처와 사연을 갖고 있는 입체적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는 “봉 감독은 협업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신의 비전을 배우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배우에게서 최선을 끌어냈다. 많은 대화를 통해 신뢰가 쌓였고 그가 늘 내 생각을 물어봐줬기 때문에 안심하고 확신을 갖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윈튼은 ‘케빈에 대하여’ ‘나니아 연대기’ ‘마이클 클레이튼’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 ‘설국열차’에서는 기차 안 계급의 질서를 유지하는 총리 메이슨 역을 맡았다.
“2년 전 프랑스에서 봉 감독을 우연히 만났는데 금방 친구가 됐다. 같이 영화를 해보자고, 같이 놀아보자고 했고 유치원 친구처럼 즐겁게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설국열차’ 전에 더 이상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다시 찍는다면 조건은 단 하나,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원래 시나리오 상 이 역할은 양복을 입은 평범한 남자. 그러나 스윈튼은 들창코에 판타지적 요소를 갖춘 독창적 캐릭터를 제안했고 봉 감독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스윈튼은 감독에 대해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늘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지만,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 완전한 자유를 줬다. 그 안에서 나는 인간적인 불꽃을 느꼈다. 그가 진정한 장인이라는 뜻이다”라고 치켜세웠다.
‘설국열차’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의 봉 감독이 만든 첫 번째 영어권 영화. 새로운 빙하기, 인류의 마지막 생존지역인 설국열차에서 꼬리칸 사람들의 멈출 수 없는 반란을 그린 작품이다. 두 배우 이외에도 에드 해리스, 존 허트, 제이미 벨, 송강호, 고아성 등이 출연하며 8월 1일 개봉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