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정전기념일에 외국기자와 첫 접촉, 기습 질문엔 손 흔들며 미소만…

입력 2013-07-29 18:23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7일 최고지도자 승계 뒤 처음으로 외국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제1위원장은 밝은 표정이었으나 외국 기자가 던진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는 않았고 대신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김 제1위원장과 외국 기자들과의 첫 접촉이 이뤄진 장소는 새로 개관한 ‘조국해방전쟁기념관’. 그는 이날 오전 김일성광장 열병식이 끝난 뒤 오후에 이곳에 들렀다. 김 제1위원장은 기념관 내 지원군 전람관을 참관한 뒤 복도를 따라 이동하던 중 휴식을 취하고 있던 외국 기자들과 조우했다.

홍콩 위성방송인 봉황(鳳凰)TV는 28일 당시 상황을 동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이 조국해방전쟁기념관 내에서 이동할 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계속 박수를 쳤고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하얀 군복차림으로 좌우에서 그를 따랐다.

이때 봉황TV 기자 선페이펑(沈飛峰)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속 매체를 밝힌 뒤 “김 원수님, 중국 인민들에게 몇 마디 해주세요”라고 기습 질문을 던졌다. 김 제1위원장은 주변이 어수선한 탓에 제대로 듣지 못한 듯 대답을 하지는 않았으나 웃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보였다.

그는 지원군 전람관을 나설 때는 뒷짐을 지고 있었으나 이동 중에는 외국 귀빈과 악수를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북한은 전승절(정전기념일)을 앞두고 외국 매체 기자들을 대거 초청, 북한을 찾은 외신기자들이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TV ‘채널4’도 자사의 아시아지역 특파원 존 스파크스 기자가 김 제1위원장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스파크스 기자는 “대규모 전승절 행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김 제1위원장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대신 한 지지자가 “전하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강건하며 어떤 공격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이 다수 외신 기자들을 초청한 것은 자신의 이미지를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그의 개방적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