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안드는 전세 상품’ 출시된다는데… 어떤 집주인이 제집 담보로 대출해주나
입력 2013-07-30 03:43
극심한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달 ‘목돈 안 드는 전세상품’이 출시된다. 집 주인이 전세금을 대신 대출받는 방식이지만 집 주인을 끌어들일 유인책이 부족해 상품 출시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와 함께 ‘목돈 안 드는 전세’ 상품을 공동으로 개발해 8월 중 시중은행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국토부는 전세 표준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 상품은 렌트푸어(주택 임대비용으로 고통받는 사람)를 줄이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정부는 이에 지난 4월 1일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관련 상품 출시를 계획했다. 치솟는 전셋값에 울상 짓는 무주택 서민에게 실질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버는 돈의 30% 이상을 집세로 쓰는 ‘임대료 과부담 가구’는 무려 240만 가구에 달했다.
정부는 전세자금 대출을 용이하게 하고 금리를 낮추는 방식에 주력했다. ‘목돈 안 드는 전세Ⅰ’은 집 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세입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세입자는 대출 이자만 부담하면 된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집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는 만큼 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Ⅱ’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인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담보로 넘겨 대출금리를 내리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두 상품 모두 계획대로 출시되면 금리는 연 4% 중반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전세자금 대출상품 금리보다 1% 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물음표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집 주인이 대출받는 방식에 대해서는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집 주인이 굳이 대출을 대신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 제도를 활용하는 집 주인에게 이자 상환액의 40%를 공제해주고, 전세보증금 등에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는 분위기다. 소득공제는 물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파격적 세제 혜택을 줘야만 집 주인이 세입자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은 “집 주인이 급전이 필요해 전세금을 빨리 올려 받아야 하고, 세입자도 집 주인이 없으면 대출이 어려운 극히 일부의 경우에만 실효성이 있다”며 “단순 금융상품으로 전세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금융상품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전세 공급을 늘릴 실질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사업부 전문위원은 “전세금을 받더라도 금리가 낮아 돈이 안 되니 다들 월세만 내놓는 게 문제”라며 “전세를 내놓기만 해도 집 주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전세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