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미국 “성인 5명 중 4명 국가지원 없이 못산다”
입력 2013-07-29 18:11 수정 2013-07-29 22:10
30여년 전만 해도 미국 저소득층의 백인들은 적어도 자녀 세대는 자신들보다 풍요 속에 살 거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가 30, 40대가 된 지금 생활이 나아지기는커녕 부모 세대보다 더한 경제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4명은 평생 일자리 한번 갖지 못하는 ‘잠재 빈곤층(near-poverty)’으로 전락하거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사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발행한 분석보고서를 인용한 조사 결과다. 보고서는 미국 내 백인 노동자 계층의 76%가 경제활동이 대략 마무리되는 60세 이전에 ‘경제적 불안정(economic insecurity)’ 상태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백인뿐 아니라 흑인 등 기타 인종까지 포함해 미국 전체 노동인구로 통계를 내면 ‘경제적 불안정’ 상태를 겪게 될 비율이 79%에 이른다. 보고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그 비율이 8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AP는 특히 백인 노동자 계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보고서 내용에 주목했다. 미국사회에서 흑인, 히스패닉 등 유색·소수인종의 빈곤층 비율이 백인에 비해 높긴 하지만 전체 빈곤층 인구로 놓고 보면 백인 빈곤층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최근 백인의 빈곤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불황으로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미국사회의 주류인 백인들까지 경제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AP는 최근 인구 및 인종통계 자료를 인용, “미국 4인 가족의 연간 최저생계비 수준인 2만3000달러(약 2550만원)가량도 벌지 못하는 백인 빈곤층이 1900만명 이상”이라며 “흑인 빈곤층의 배 가까운 수치”라고 보고서 내용을 뒷받침했다. 2011년에는 백인 싱글 맘 가구 수가 1975년 조사 이래 처음으로 흑인 싱글 맘 가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시장조사 기관 GfK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백인의 63%가량이 현 경제 상황에 대해 ‘빈곤상태’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대 마크 랭크 교수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빈곤은 더 이상 ‘그들’(흑인·히스패닉)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됐다”며 “백인을 포함한 전체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폭넓은 구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인종과 빈곤에 관해 연구해온 하버드대 윌리엄 줄리어스 윌슨 교수도 “교육에서 기대수명에 이르기까지 사회 불균등을 결정하는 요인이 인종에서 경제적 계층으로 바뀌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흑인 등 소수인종 사이에서 경제 형편이 나아질 거란 기대감은 올라간 반면 백인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AP는 오바마 대통령이 “소득 불균형을 극복할 ‘기회의 사다리’를 새로 놓겠다”는 말을 부쩍 하는 것은 미국 중산층이 무너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