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세무조사 무마 CJ측 대응 문건 확보

입력 2013-07-30 05:43

CJ그룹이 2006년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만든 대응 문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가 확보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CJ 측이 세무조사에 대비해 조직적 로비 전략을 세운 정황이 드러나는 자료여서 다른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CJ그룹 재무팀은 2006년 5∼6월 세무조사 대응 문건을 만들어 이재현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당시 국세청 본청과 서울지방국세청의 고위층 등 ‘줄을 댈 만한 인사’들의 출신학교·지역·약력 등이 적혔고 이에 따른 CJ 측 대응 전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같은 해 7월 이 회장의 주식이동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공식 통지하자 CJ 측이 보고서대로 ‘액션’에 들어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하던 신동기(57·수감 중) 부사장이 허병익(59·구속) 전 국세청 차장에게 30만 달러와 명품시계 2점을 전달한 것도 이 무렵이다. 두 사람은 고려대 74학번 동기로 1년에 서너 번 함께 골프를 치는 등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신 부사장은 이 때문에 로비 수사 관련 3∼4차 조사 때까지 진술을 꺼리다가 검찰이 문제의 보고서와 국세청 직원 진술 등을 내놓고 추궁하자 금품 전달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차장 역시 CJ 재무팀 보고서를 보고 CJ 측의 치밀한 작전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30만 달러가 전달된 이후에는 재무담당 이모 부사장이 서울국세청 간부를 찾아가 관련 부탁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08년 세무조사 때도 CJ 측이 지속적으로 관리하던 국세청 인맥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부사장은 서울의 한 식당에서 허 전 차장을 만나 “제발 (검찰에) 고발은 안 되게 해 달라”고 요청하고 관련 논의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국세청이 2006년에 3560억원으로 예상되던 세금을 부과하지 않은 점이나 2008년에 그 절반 수준인 1650억원 정도만 납부받은 것은 CJ의 무마 로비가 있었기 때문이란 게 검찰 판단이다.



이번 수사가 당시 정·관계 유력 인사들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CJ그룹 비자금 수사에서 드러났듯 CJ 측이 10여년 전부터 6500억원의 비자금을 굴리면서 세금 546억원을 포탈했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사법처리되지 않은 배경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정·관계 로비 관련) 수사가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수사팀은 “막연한 추측이나 세간의 풍문만 갖고 수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호일 나성원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