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지도부 불화 드러낸 ‘휴가 타박’
입력 2013-07-30 05:40
“원내대표께서 못 오셨는데 (회의는 그냥) 진행하겠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하면서 최경환 원내대표 ‘불참’을 이렇게 표현했다. 참석한 최고위원들을 한번 둘러본 뒤 “(최 원내대표가) 휴가 때문에 안 왔다”고도 했다. 대변인실은 황 대표 발언을 보도자료 초안에 포함시켰다가 최종본에선 삭제했다. 하지만 이 말로 인해 최 원내대표의 휴가는 외부로 공개됐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가 정상화되면서 “휴가를 반납했다더라”는 말이 돌았지만 헛소문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례적으로 당 대표가 원내대표의 여름휴가를 ‘지적’하자 당내에선 구구한 해석이 돈다. 우선 불화설이다. 황 대표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치정국을 타협적으로 마무리 지으려 하자 원내 지도부가 반기를 들었고, 황 대표가 최 원내대표 휴가 일정을 공개하는 것으로 ‘노여움’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황 대표 본인의 해외방문 일정을 ‘물타기’하려 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황 대표는 30일부터 국제의원연맹 행사 참석차 폴란드를 방문한다.
황 대표마저 자리를 비울 경우 새누리당은 사실상 ‘여름방학’에 돌입한다. 기한은 ‘투톱’이 여의도로 복귀하는 5일까지다. 다음주에 휴가를 떠난다는 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중일 때 원내대표나 여당 의원들도 좀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도 휴가를 갔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주요 당직자가 일제히 휴가를 떠나 버리니 긴급 현안까지 함께 휴지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원 국정조사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 등 국민적 현안이 즐비한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휴가를 갈 수 있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이날 기업규제를 완화하겠다며 ‘손톱 밑 가시제거 특위’를 신설했다. 손톱 밑 가시 뽑기는 박 대통령의 핵심 슬로건이다. 국민 눈치는 안 보더라도 대통령 눈치는 볼 수밖에 없다는 자조가 새누리당 내부에서 들린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