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대화록 이어 원내대표도 실종?
입력 2013-07-30 05:40
요즘 민주당 주변에서는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많다. 두 사람의 역할 분담 때문이다.
우선 김 대표에 대해선 “무슨 대표가 사과를 그렇게 자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 대표는 지난 12일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이 브리핑 도중 ‘귀태’ 발언을 해 논란을 빚자 새누리당 요구에 따라 유감표명을 했다. 당시 “원내대표가 임명한 원내대변인 일인데 왜 당 대표가 사과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데 김 대표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찾지 못하자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결과적으로 소모적인 정쟁을 연장시킨 한쪽에 민주당이 서게 된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다시 사과했다. 그 전날 당 소속 문재인 의원이 국민들 보기에 실망스런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한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면서 김 대표가 수습 차원에서 대신 유감표명을 한 것이지만, 그게 과연 옳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문 의원보고 사과하라 했더니 엉뚱한 사람이 사과했다”고 시큰둥했고, 당내 친노(親盧·친노무현)계는 “그게 사과할 일이냐”고 따졌다.
당 대표의 행보가 적극적인 반면, 상대적으로 전 원내대표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 등 원내 상황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도 활약이 미미하다. 때문에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화록에 이어 원내대표도 실종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을 중진 의원들도 의아해하고 있다. 호남 출신 한 중진 의원은 “당 대표는 수십만 당원을 대표하는 자리”라며 “때문에 대표의 사과는 당원 전체가 사과하는 것과 같아 그렇게 쉽게 사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원내대표가 할 일을 당 대표에게 자꾸 미루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지도부 주변에서도 불만이 없는 게 아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고 행동하는 등 김 대표와 전 원내대표의 의욕을 꺾는 일들이 많아 두 사람이 자신감 있게 현 상황을 돌파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