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언시 ‘면죄부’로 이용… 현대차, 과징금 700억 면제
입력 2013-07-29 17:47 수정 2013-07-30 01:29
현대자동차가 10년여간 지속적으로 담합을 저지르고도 리니언시(자진신고감면제도)를 이용해 7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면제받은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리니언시가 대기업의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적재량 8t 이상 대형 트럭(덤프, 트랙터, 카고) 시장에서 판매 가격을 담합한 현대차 등 7개 회사에 모두 1160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7개사는 2002∼2011년 가격인상 계획, 판매량 및 재고량 등 중요한 영업비밀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했다. 2∼3개월마다 경쟁사 임직원 모임을 개최하면서 담합 기간에 모두 55회나 만남을 가졌고, 경쟁사 모임의 간사가 매달 3∼4회 각사의 영업정보를 취합해 이메일로 공유했다.
이들 회사는 직접적으로 ‘가격을 몇 % 올리자’라는 합의는 없었지만 ‘경쟁사 가격을 따라 가겠다’ 식의 문건을 교환하면서 암묵적인 담합을 저질렀다. 이 결과 대형 트럭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국내 2개사를 제외한 5개사 트럭이 모두 유럽에서 생산됐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과 2010년 원·유로 환율 하락과 상관없이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공정위 신동권 카르텔국장은 “직접적 가격담합이 아닌 정보교환을 통한 묵시적인 담합도 담합에 해당된다”며 “일반적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차 가격은 하락하거나 최소한 현상유지는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형 트럭시장은 7개사가 10년 넘게 공고한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영업 임직원들 간에 인적 교류가 폭넓게 진행되면서 친밀도도 높았다. 그러나 2011년 4월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착수하면서 리니언시 경쟁이 벌어졌고, 담합 관련 매출액이 가장 많았던 현대차가 1순위, 다임러트럭코리아가 2순위 자격을 획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 이틀 새 4∼5개사가 자진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수입차 업체보다 정보가 빨랐던 현대차가 리니언시 혜택을 독차지했다”고 말했다.
리니언시는 1순위의 경우 과징금 100%를, 2순위는 50%를 깎아주고 1·2순위 업체 모두에게 검찰 고발을 면제시켜주는 제도다. 공정위는 2005년 리니언시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전보다 담합 적발 건수가 평균 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담합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가장 많은 이윤을 올린 대기업이 빠른 정보력을 바탕으로 리니언시를 이용해 교묘하게 제재를 피하는 등 문제점이 많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