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꿀 ‘유탄’… 양봉산업 파리 날릴 판

입력 2013-07-30 05:41


국내 양봉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산 꿀에는 설탕이 섞여 있는 가짜가 많다는 인식이 퍼지며 소비자 불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꿀벌의 주요 먹이 공급원인 아까시나무가 감소하고, 꿀벌 질병까지 확산되면서 양봉산업은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5년 4만1039가구였던 국내 양봉농가 수가 지난해 2만579가구로 7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29일 밝혔다. 농협경제연구소 황명철 축산경제연구실장은 “경영난으로 소규모 양봉농가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가 줄면서 키우는 꿀벌 수도 감소했다. 지난해 양봉농가의 봉군(蜂群)은 179만5197개에 그쳤다. 2005년(208만9762개)에 비하면 14.1% 줄어든 수치다. 봉군은 통상 벌통 하나를 의미하며 1개 군은 여왕벌 한 마리와 일벌·수벌 1만∼3만 마리로 구성돼 있다.



양봉농가 감소는 국산 벌꿀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농협의 벌꿀 판매량은 2010년 2160t, 2011년 1915t, 지난해 1337t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이상고온 현상으로 벌꿀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재고가 늘었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뉴질랜드 마누카꿀을 앞세운 해외산의 국내시장 공략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995년 58만1000달러에 그쳤던 꿀 수입 금액은 지난해 759만6000달러로 13배 증가했다.



국내산 벌꿀의 판매 저조는 전적으로 소비자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황 실장은 “벌이 겨울을 나기 위해 설탕물을 먹이로 공급하기도 한다”며 “대부분 소비자들은 벌에게 인위적으로 설탕물을 먹여 만든 ‘사양(飼養)꿀’을 가짜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꿀벌의 천연 먹이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까시나무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양봉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까시나무는 대부분 1950년대에 심어졌는데 수명이 50년 정도에 그쳐 대부분 노령화가 진행된 상태다. 2004년 이상건조와 고온 현상으로 나뭇잎이 노랗게 되고 가지가 말라죽는 황화현상이 휩쓴 것도 아까시나무 고사를 촉진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꿀벌 유충이 썩어 죽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은 2006년 40만 봉군 규모였던 토종벌을 절반 이상 궤멸시켜 2010년 기준 17만여 봉군밖에 살아남지 못했다.



황 실장은 “꿀벌이 줄면 가루받이에 의존하는 농작물에 극심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산림 및 가로수를 조성할 때 꿀벌이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수종을 선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