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만날 사람] 캠핑 전도사 송일국 “어릴적 텐트 치시던 아버지 참 멋졌죠”

입력 2013-07-29 17:18


장맛비가 한 차례 내리고 난 다음이라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청량했다. 타프 그늘 옆으로 비스듬히 내려앉는 햇볕조차 평화로운 초원의 캠핑장. 릴렉스 체어에 기대앉은 송일국은 휘파람을 불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캠핑을 좋아해서 많이 다녔어요. 캠핑 가서 개울가에서 물장구치고 놀았던 것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요리를 했던 게 좋았어요. 집에서는 보통 엄마만 하잖아요? 그런데 캠핑가면 구성원이 다 같이 참여해요. 그러다보니 실패할 때도 있죠. 밥이 설익기도 하고 찌개를 끓이는데 뭔가 부족해서 맛이 안 나거나 너무 졸여서 짜지기도 하고. 그래도 캠핑을 통해서 가족이 뭔가를 함께 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캠핑에 관한 심각하면서도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캠핑을 하다가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린 일이다. 1983년 8월 발생한 중공군 미그21기 귀순 사건이다. “경보가 울리니까 거기 캠핑하던 사람들 모두 난리가 난 거죠. 아버지는 부랴부랴 장비 챙기고 저희 남매는 큰일 난 줄 알고 울고불고 했었어요. 다 챙겨서 막 떠나려고 하는데 귀순에 의한 거라고 경보가 해제됐어요. 그래서 다시 짐 풀고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때 가족을 이끌던 모습은 말할 것도 없고 텐트를 뚝딱 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그의 눈에 대단해 보였다. 그는 “캠핑을 통해서 아이는 아빠를 돈 벌어 오는 기계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지키는 가장이란 걸 깨닫고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며 캠핑 찬양론을 펼쳤다.

각종 아웃도어 레포츠 활동을 좋아하는 그니, 캠핑 브랜드 모델이 됐다는 소식은 별로 이상할 게 없었다. 다만 제품을 직접 보고 모델 제의를 수락했다는 과정이 독특하다. “전혀 모르는 회사였고 신생 브랜드라 처음엔 거절했어요. 그런데 보내준 제품 사진을 보니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미대 지망했던 터라 시각적인 것에 예민하거든요. 매니저에게 회사에 직접 가서 제품을 보고 판단하자 했죠. 결국 디자인에 반해 모델을 하게 된 겁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캠핑이기에 누구나 쉽게 누리도록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브랜드 콘셉트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어릴 적 행복했던 캠핑의 추억이 떠올랐고 아이들이 좀더 크면 열심히 캠핑을 다닐 계획이다.

“제 아이들에게도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캠핑을 하면 구성원 모두 협동을 해야 하잖아요. 아이들도 작지만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 책임감과 독립심이 생기겠죠. 또 캠핑을 하면서 부딪치는 많은 상황을 해결하면서 창의성이나 적응력도 기를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거 같아요. 물론 아빠들은 고생을 하겠구나하는 생각은 들지만요.”

그는 훗날 차에 산악자전거 4대, 카약 4대를 싣고 아들들과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딸이 하나 더 생긴다면 딸하고 엄마는 목적지에 가 있고 자신과 아들들은 자전거나 카약을 타고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꿈이 하나 더 있다”며 가방 속에 항상 휴대한다는 4개의 여권을 보여줬다.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 여권이에요. 저와 아들들 사진이랑 인적사항을 각각 써놨어요. 예전엔 자전거길이 한강 둔치 정도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4대강 따라 전국 어디든 안전하게 갈 수 있잖아요. 아들 셋하고 같이 자전거 국토 완주를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송일국은 어릴 적 캠핑 이야기에서는 신이 난 개구쟁이 같았고, 최근 ‘필’이 꽂인 카약 경험에선 열정 가득한 청년이었으며, 세쌍둥이 이야기에서는 책임감 강한 40대 가장이었다. 연기자가 아닌 자연인 송일국의 다양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대한, 민국, 만세군은 아빠가 이런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랑가 몰라∼.

글 김 난·사진 고영준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