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실록에 기록된 ‘천렵’… 선조들도 캠핑 즐겼다
입력 2013-07-29 17:43
캠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문적인 장비를 갖춘 프로 캠퍼들이 등장했고, 그동안 캠핑을 망설이던 일반인들까지 문 밖을 나서기 시작했다. 고대 채집과 수렵의 개념이었던 캠핑은 시간이 흐르며 발전을 거듭했고, 우리나라의 캠핑 역사 또한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캠핑은 신라시대 화랑들이 명산을 다니며 심신을 수양하는 ‘유람(遊覽)’과 함께 흥취를 즐기는 ‘풍류(風流)’에서부터 시작된다. 또한 조상들은 ‘천렵(川獵)’이란 이름으로 지인들끼리 냇가에서 헤엄을 치고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는 ‘조선식 캠핑’을 즐겼다. 태종실록에도 왕족과 양반들 역시 천렵을 행했음을 기록하고 있다. 선비들은 계곡에서 발을 물에 담그며 더위를 쫓는 ‘탁족(濯足)’과 함께 국수·삼계탕을 먹었는데 이는 캠핑에서 음식을 빼놓지 않는 지금과도 닮아 있다.
일제시대에 이르러 서양의 캠핑 개념이 우리나라에 전래된다. 한국스카우트연맹에서는 연맹의 전신 ‘조선소년척후군’에서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군대식 야영을 가르친 것을 근대식 캠핑의 시초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암울한 시대상과 궁핍한 생활로 캠핑은 대중에게 보급되지 못했고 일부 종교단체와 교육기관에서만 행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방 후에도 소수 부유층 사이에서만 백패킹 형태로 이뤄지던 캠핑은 1980년대 자가용이 보급되기 시작한 ‘마이카 시대’를 맞아 1986년 기아자동차가 주문진에 최초로 오토캠핑장을 개장한 이후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된다. 그러나 1990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산림청이 산내 취사 및 야영을 금지하자 캠핑의 인기는 주춤하게 됐고 사람들이 취사와 숙소의 기능을 갖춘 콘도와 펜션으로 몰리기 시작하며 캠핑은 침체기를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수 매니아 층에서만 캠핑이 이뤄지며 프로 캠퍼가 등장하는 등 전문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이후 아웃도어 유행과 힐링 바람이 불면서 캠핑은 다시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KBS ‘해피 선데이-1박2일’, MBC ‘일밤-아빠! 어디가?’ 등 여행관련 예능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며 캠핑열풍에 불을 지폈다.
캠핑을 떠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고가의 캠핑장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손쉽게 캠핑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도심 속에서 캠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캠핑 카페’는 실내 공간 속에서 텐트와 그릴 등 캠핑 장비를 설치, 바비큐와 커피를 즐기며 일정 시간 쉴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글램핑(Glamping)’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야외 캠핑장에 미리 갖춰진 텐트와 침대, 무선인터넷 등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고급 야영으로 호텔 등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캠핑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캠핑은 사람들의 여가문화로써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며 “앞으로도 캠핑의 확대에 따라 새로운 캠핑 문화가 나타나고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우 쿠키뉴스 인턴기자 smw@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