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목사의 시편] 로마성지순례와 이탈리아 명품

입력 2013-07-29 18:03 수정 2013-07-29 21:35


지난주에는 휴가를 내어 아들 내외와 로마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몇 년 전 여행사가 주관하는 단체여행으로 한번 가보았으나 실상 보고 싶은 곳은 못 보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개인가이드를 섭외하여 사도바울의 성지를 보고 싶었다.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붙잡혀 로마로 압송되던 중 유라굴로 광풍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출발한 곡물선 디오스구로호를 타고 나폴리 서쪽에 있는 보디올(오늘날 puzzuoli)에 도착하여 며칠 머물다가 캄파나에 가서 거기서부터 아피아 가도를 따라서 로마로 들어가는 여정을 답사했다.

사도행전 28장 15절에 나오는 아피아 가도를 따라 캄파나에서 로마까지는 약 250㎞가 된다. 길 양쪽으로 로마의 명물인 잣나무가 가지런히 서 있고, 2000년 전에 깔았던 검은 돌이 닳아서 윤기도 잃어버렸다. 그 길로 겐그레아교회 집사였던 뵈뵈가 바울이 로마 교인들에게 쓴 로마서를 가지고 걸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바울은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는 말씀을 가지고 이 길을 걸어갔을 것이다. 또 베드로 사도가 로마교인들을 돌보기 위해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다. 네로황제시대에 핍박을 피하기 위해 이 길을 따라서 예루살렘으로 피신하려고 했던 베드로는 이 길에서 예수님을 만난다. 그때 베드로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도미네 쿼바디스)”하며 묻자 예수님은 “나는 네가 버리고 가는 로마로 간다”고 했다. 베드로는 그 말을 듣고 다시 로마로 가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다. 그 장소가 바로 성 바티칸 성당이다.

성당중앙에 베드로의 무덤이 있다. 쿼바디스교회 근처에 바울이 마지막에 갇혔던 천국 계단교회란 기념교회가 있다. 바울은 거기서 겨울을 나고 100m 거리에 있는 아쿠에 사비에에서 참수 당한다. 그 때 바울의 머리가 굴렀던 곳에서 샘물이 솟아났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순교자의 흔적이 넘쳐흐른다. 콜로세움에서 화형을 당하면서 끝까지 주님을 부인하지 않고 죽어가는 로마의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예수를 주님으로 믿는 로마의 귀족과 군인들, 하늘나라의 명품 교인이다. 정말로 성지에 들어설 때마다 나의 신앙은 짝퉁 같고 너무나 세속적인 것 같아 길을 걸으면서 회개하였다.

이탈리아에는 명품이 많다. 구찌, 프라다, 불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 토스카의 가죽제품,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그림들, 단테의 신곡 등.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주전 700년 전부터 이미 군인들을 위한 가죽제품과 옷들이 장인들의 손을 거쳐 오늘날 명품의 기반을 닦은 것이다. 2000년 전 예수님 당시의 로마군인들의 신었던 가죽샌들은 오늘날 명품구두와 질이 같지 않았을까.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천년 내려오면서 장인들이 연구하고 발전시켜 온 결과다. 로마의 폭군 네로의 박해 속에서도 신앙의 빛을 잃지 않고 콜로세움에서, 아피아 가도에서, 카타콤 지하무덤에서, 그리고 강제 노동현장에서 예수님이 다시 오실 그날을 기다리며 신앙생활을 했던 로마의 그리스도인들, 감옥에서도 제자들에게 격려의 편지를 쓰는 바울의 담대한 모습은 오늘날 현대 문명 속에 휩쓸려 가는 교인들에게 고귀하고 보석 같은 명품 신앙이 어떤 것인지 말하는 것 같다.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