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환자들엔 사우나·찜질방이 毒

입력 2013-07-29 18:56


많은 이들이 건강관리와 여가선용을 위해 한여름에도 사우나나 찜질방을 즐겨 찾는다. 그러나 노약자나 고혈압 등의 심장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위험이 따를 수 있으므로 온천장과 스파 시설, 찜질방 등을 이용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장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욕실이 딸린 한 골프장 라커룸에서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모 제약사의 창업주도 이를 간과한 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휴양지 온천과 스파의 사우나 이용 시 주의할 점에 관해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양수 교수와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의 도움말을 들어본다.

◇급격한 온도변화를 피해라=열탕 목욕 등 사우나를 할 때 인체에 나타나는 변화는 주로 혈관 확장 현상이다. 혈관 확장은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심장에서 혈액을 뿜어 낼 때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도 줄여준다. 말하자면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 심장 부담을 덜어준다는 얘기다. 사우나의 이러한 효과는 본인의 신체건강 상태에 맞게 매일 규칙적으로 할 경우 배가된다.

단, 주의할 게 있다. 무엇보다 신체에 갑작스런 온도변화를 주지 말아야 한다. 입욕 시 먼저 온탕에서 5분 이상 몸을 충분히 덥힌 후 팔다리를 가볍게 놀려 운동을 하고 열탕 또는 사우나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사우나 입욕 시간은 건식이냐 습식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건강한 성인의 경우 습식 5분에 건식 3분 정도의 비율이 적당하다. 또 사우나 후 혈관이 한껏 확장된 상태에서 갑자기 찬 공기를 쐬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체온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계절과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다.

사우나를 하기엔 오전보다 오후가 낫다. 왜냐 하면 심장혈관 질환 중 심근경색증(심장마비)은 특히 아침시간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우나 직후 냉탕 입수 삼가야=건강 관리를 위해 입욕 시 냉탕과 온탕에 번갈아 들어가는 냉온 교대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온도 차이가 크지 않을 때는 괜찮지만, 그 차이가 클 때는 입수 전 몸에 찬물 또는 따뜻한 물을 발라 적응력을 높인 다음 행해야 한다.

특히 고온 사우나 후 곧바로 찬물에 들어가는 행위가 위험하다. 고온 사우나 시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혈압이 확 높아져 심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심근경색증과 뇌출혈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간혹 사우나 후 찬물에 들어가면 힘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역시 입욕으로 나른해진 상태에서 일시적인 혈압 상승으로 기운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 효과일 뿐이다.

과음 후 취기를 빨리 해소할 목적으로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찾는 행위도 좋지 않다. 특히 술을 마신 뒤 혈중 알코올 농도가 계속 상승하는 2시간 이내엔 찜질방 등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찜질방과 사우나의 뜨거운 기온이 인체의 혈압 및 맥박 자동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심장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사우나가 독이나 다름없다. 수축기 혈압이 180㎜Hg 이상인 고혈압 환자와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뇌경색, 뇌출혈 등 심뇌혈관 질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한 다음에 사우나를 이용해야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같이 에너지 소모가 많은 만성질환자도 삼가는 것이 좋다.

◇사우나는 다이어트 효과 없다=비만 관리를 위해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즐겨 찾는 사람들이 있다. 땀을 빼는 것이 과연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찜질방과 사우나에서 땀을 과도하게 빼는 것은 체중 감소에 도움이 안 된다.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리면 체지방이 빠져 체중 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찜질방에서 흘리는 땀은 수분만 빠져 도움이 안 된다. 목욕 후 1∼2㎏ 정도 감량효과를 봤다고 해도 수분을 섭취하면 금방 회복되고 만다.

사우나를 통해 자기 체중의 4%를 감소시킨 결과 체내에 필요한 혈액성분이 무려 18%나 덩달아 빠져나가 되레 건강을 해치게 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다이어트를 바란다면 찜질방이나 사우나보다는 절식과 운동이 필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