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턱뼈괴사증’

입력 2013-07-29 18:57


뼈가 약해질까봐 복용하는 골다공증 약 때문에 되레 뼈가 썩어서 없어지는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 주의가 필요하다. 이른바 병명도 생소한 ‘턱뼈괴사증’이다. 말 그대로 턱뼈가 썩는 질환이다.

턱뼈괴사증은 발견 즉시 고농도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 염증을 남김없이 퇴치해야 안전하다. 발견이 조금이라도 늦어져 제때 적절한 치료를 못 받게 되면 다른 부위의 건강한 뼈를 떼어다 이식해 복원하는 수술을 받아도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턱뼈괴사증을 유발하는 약제는 국내 경구용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의 80∼90%를 점유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다. 뼈가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복용하는 약이 특정 부위 뼈에 그치긴 하지만 되레 뼈를 썩혀 사라지게 만드는 셈이다. 최소 5년 이상 복용자의 턱뼈 부위에 주로 발생하고, 드물게 엉덩이 관절 주위 대퇴부 뼈에 생기기도 한다는 보고가 있다.

대한내분비학회 등 골대사 관련 학술단체들은 △잇몸 조직이 녹아서 턱뼈가 노출돼 있고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를 복용한 적이 있는 경우 △턱 주위 질환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데도 턱뼈 주위 염증이 두 달 이상 낫지 않고 지속될 때는 턱뼈괴사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로 인해 턱뼈가 썩는 이유는 파골세포에 의한 골 개조 속도가 팔다리 골격보다 치조골 등 턱뼈가 3∼10배 빠르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생리적으로 음식물이나 호흡을 통해 외부와 수시로 접촉해 병원균 노출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구강 내 생물학적 환경과 턱뼈의 점막 방호벽이 기본적으로 취약한 것도 한 원인일 것으로 지적된다.

문제는 턱뼈괴사증이 일단 발생하면 완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발병 초기에 바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골수염으로 발전할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의 골다공증 치료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은 부작용으로 턱뼈괴사증이 발생하지 않는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좋다.

턱뼈괴사증의 초기 증상은 특별한 통증도 없는 가운데 잇몸조직이 턱뼈를 감싸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틀니가 덮이는 잇몸 부위가 헐면서 뼈가 드러나게 된다든지, 이를 뺐을 때 상처가 잘 낫지 않다가 염증까지 생기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잇몸이 전반적으로 턱뼈를 잘 감싸고 있으나 누공(염증이 터져 나오는 연조직의 작은 돌출부)을 통해 고름이 조금씩 배출되는 것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보통 턱뼈괴사증은 치아 및 잇몸질환 치료 중 발견된다. 턱뼈괴사는 피검사, 소변검사로 진단을 하거나 병의 경중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탓일 게다. 골다공증 약 복용자는 턱뼈괴사증이 발생하면 바로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 때문인지 확인하고 계속 복용 여부를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권용대 (경희대치과병원 난치성턱뼈질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