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캠핑로드 CEO에게 길을 묻다] 강혜근 코베아 회장 “소비자 입맛 꾸준히 맞췄죠”

입력 2013-07-29 17:28


국내 아웃도어 스토브 시장은 코베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코베아는 1987년 석유스토브 위주였던 시장에 가스스토브를 선보이며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가스스토브 시장을 평정한 코베아는 2004년 오토캠핑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그리고 10년, ‘대한민국 캠핑 넘버원’이란 광고 문구처럼 코베아는 국내 1위 캠핑 브랜드로 거듭났다. 고(故) 김동숙 창립자의 뒤를 이어 코베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강혜근 회장은 그 원동력을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꾸준히 파악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해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 전국의 산에서 전면적인 취사야영금지가 단행되면서 코베아는 수출 위주의 가스제품을 생산하는 한편 오토캠핑용품을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 김동숙 창립자는 산에서 야영이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백패킹 대신 강이나 바다에서 오토캠핑을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가스스토브는 야영을 위한 제품이었던 터라 코베아의 오토캠핑 진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올해 초 캠핑 박람회에서 경쟁업체 이사를 만났는데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코베아가 캠핑 시장을 일궈준 덕에 오늘날 캠핑 붐에 자기네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뿌듯하더군요.”

강 회장은 “1등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어떤 한 가지만 가지고는 국민 브랜드로 설 수 없다”며 “일찍이 캠핑에 뛰어들어 모든 사람들의 입맛에 맞도록 다양한 제품을 구비한 덕분에 코베아가 토털 캠핑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2등은 1등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1등은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몇 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하죠. 또 제조사다보니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독자적인 연구소를 운용하고 항상 수익의 5∼6%는 개발비로 씁니다. 직원들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회사차원에서 지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강 회장은 해외보다 국내 소비자가 요구하는 수준이 까다롭다고 토로했다. 국민 브랜드가 된 코베아에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아진 것도 한몫한다. 강 회장은 고객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방법은 친절하게 응대하도록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게 아니라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에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최상의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그의 경영방침이다.

“품질로 승부한다는 생각이기에 코베아는 백 번 말하기보다 한 번 보여주기를 택합니다. 초창기에 결로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고객들이 텐트에 누수가 있다고 항의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레이닝테스트실을 만들었어요. 120㎜ 폭우 속에서도 텐트 안쪽에 물방울 하나 없다는 사실을 고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도록 한 거죠.”

코베아는 우수한 품질의 캠핑용품을 공급해 고객들이 편안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한편 1년에 두 번 대규모 캠핑 대회를 열어 바람직한 캠핑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객 감사의 의미로 보통 200가족을 초청해 축제 형식의 캠핑 대회를 엽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가족이 함께 다양한 놀이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10월에는 자연 속에서 조용히 휴식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죠.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강 회장은 늘어나는 캠퍼 수에 비해 캠핑장의 숫자나 질이 그에 못 미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아직까지는 캠핑장에서 밥 해먹고 쉬는 게 일반적이지만 앞으로의 캠핑문화는 다양한 레포츠, 놀이 문화와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코베아 캠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 때문에 강 회장은 평일에는 회사일을 처리하기 위해 본사로, 주말이면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직영점으로 출근하느라 바쁘지만 틈을 쪼개 부지런히 부지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움직이니 서울에서 2시간 이내 거리, 최소 100가족이 머물 수 있는 1만평 이상 넓이, 경관이 수려하고 자연 환경이 좋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어요. 선대 회장님은 와병 중에도 직접 부지를 보러 다녔어요. 조건을 다 갖춘 곳을 찾는 게 어렵네요. 하지만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할 겁니다.”

글 김 난·사진 고영준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