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렬하는 태양, 피부는 괴롭다… 바캉스 시즌 ‘색소이상증’ 급증

입력 2013-07-29 17:29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다. 해변가엔 비치 파라솔들이 줄지어 늘어서고, 이글이글 뜨거운 태양 아래 구릿빛 피부로 거듭나기 위해 선탠을 시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렇듯 작렬하는 태양과 30도를 크게 웃도는 폭염 속에서 백사장을 통해 반사되는 자외선을 한몸에 받으면 자칫 일광화상을 입을 위험이 높아진다. 주의할 것은 이뿐 아니다. 살갗을 보기 좋게 태우려다 기미, 주근깨, 흑색점, 지루각화증(검버섯) 등과 같은 불청객을 불러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최용범 교수와 서울 신사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의 도움말로 여름철 바캉스 시즌에 급증하는 주요 색소이상증을 어떻게 퇴치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기미=다양한 크기의 갈색 반점이 햇볕 노출 부위, 특히 얼굴에 생기는 질환이다. 햇볕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자외선이 연중 가장 센 여름철에 더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보통 3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모양은 뺨, 이마, 윗입술, 코, 턱 등을 침범하는 얼굴 중심 형이다. 그 다음으로는 뺨과 코를 침범하는 형태와 아래턱 분지에 주로 나타나는 형도 있다.

기미의 정도는 멜라닌 색소의 깊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갈색을 띨 때는 가장 얕은 피부 층인 표피 일부에만 과색소침착증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반면 청회색을 띨 경우엔 진피층까지 멜라닌 색소세포가 파고들었다는 신호다. 표피와 진피 모두 색소침착이 있을 때는 갈회색을 띠게 된다.

기미 생성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외선, 즉 햇볕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외출 시 가급적 두 시간 간격으로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줘야 한다. 자외선차단제는 자외선차단지수(SPF)가 30 이상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평소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를 즐겨 먹으면 기미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하이드로퀴논 크림이나 트레티노인과 같은 비타민 제제를 바르는 방법으로 한다. 하지만 2∼6개월간 사용해도 소용이 없을 때는 멜라닌 색소 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레이저, 혈관과 색소를 동시에 치료하는 레이저, 피부 재생을 도와주는 레이저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주근깨=유전적 요소가 강한 색소이상증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에 햇볕에 자주 노출되는 코와 뺨, 이마, 손등, 앞가슴 등의 피부에 다수의 작고 연한 갈색 반점이 생기는 것이다.

대개 태어날 때는 없었지만 5세 이후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해 사춘기 때 절정을 이루고, 이후 나이가 들며 점차 감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크기는 보통 지름 5∼6㎜ 이하이고, 모양은 둥글거나 타원형이다. 경계는 불규칙하지만, 주위 피부와 잘 구별된다.

휴가철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받는 자외선은 주근깨를 증가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게다가 태생적으로 주근깨가 잘 생기는 체질의 소유자는 주근깨가 더욱 현저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자외선 차단을 위해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주근깨가 악성 피부질환으로 발전하는 일은 없다. 다만, 주근깨가 생기면 피부가 지저분해 보여 치료 대상이 된다. 강한 파장의 빛을 주기적으로 방출시키는 IPL 또는 ‘엔디야그(Nd-YAG)’ 레이저 치료로 쉽게 제거된다. IPL은 안면홍조, 혈관확장, 늘어난 모공, 잔주름, 얕은 여드름 흉터 등의 제거에도 도움 되는 치료법이다. 시술 후 바로 얼굴을 씻을 수 있고, 일상생활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주근깨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선 가장 큰 원인인 직사광선에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바캉스 시즌에 야외 활동을 할 경우엔 모자나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자외선차단제를 피부에 바르는 것이 좋다.

◇흑색점=일반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피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점을 말한다. 우리 피부 어디에나 생길 수 있고, 대개 2∼3㎜ 크기로 지름이 5㎜ 미만인 것이 특징이다. 바캉스 시즌에 색깔이 더 진해지는 ‘일광흑색점’은 주로 50대 이후 장노년층 얼굴과 손등에 생겨 ‘노인성 흑색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된 탓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불규칙한 모양의 검은 반점이 여기 저기 산발적으로 나타난다.

주의할 것은 광범위하게 여러 개의 검은 점이 생길 경우 피부암 중 가장 고약한 악성 흑색종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악성 흑색종이 의심될 때는 감별을 위해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만약 검사결과 흑색종과 같은 악성 종양이 아니라면 그냥 방치해도 상관이 없다. 보기가 흉해 미용 목적으로 제거하고자 할 때는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쓰면 된다.

나이가 들면서 몸에 점이 생기는 게 싫다면 옷으로 피부가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야외 활동 시 노출 부위는 자외선차단제로 도포해야 한다. 겨울철엔 햇볕 쬐기가 노인들에게 필요한 비타민D를 제공해 유익하지만, 여름철엔 자외선 강도가 너무 세서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지루각화증=속칭 ‘저승점’으로 불리기도 하는 검버섯을 가리킨다. 의학적으로 지루각화증은 표피의 각질성 세포로 구성된 사마귀 모양의 양성종양으로 분류된다.

50세 이상 장노년층에 흔히 나타나는 색소이상증의 하나로, 대부분 경계가 뚜렷한 원형의 갈색 내지 흑색의 구진(丘疹)이나 판 형태로 나타난다. 크기도 지름 1㎜짜리부터 2∼3㎝짜리까지 다양하다. 표면은 매끄럽거나 울퉁불퉁한 사마귀 모양이다. 두피와 얼굴, 목, 몸통 등에 생긴다. 역시 흑색점과 마찬가지로 흑색종이나 편평세포암, 기저세포암 등과 같은 악성종양과의 감별을 위해 조직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대개 미용 목적으로 치료하며 레이저, 냉동치료, 화학적 박피술, 전기소작술, 외과적 절제술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가 많이 사용된다. 레이저 치료 시 시술 1∼2주 후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과도한 햇빛 노출도 피해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