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다! 허무하게 일본에… 잠실 쇼크

입력 2013-07-29 00:17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대형 초상화가 경기 직전 관중석에 펼쳐졌다. 빗속에서 태극전사들의 투지가 타올랐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홍명보호’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약점을 노출하며 일본과의 잠실대첩에서 패했다.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마지막 경기. 13년 만에 열린 ‘잠실 A매치’에서 한국은 1대 2로 패했다. 일본과의 역대 전적은 40승22무14패가 됐다. 최근 4경기에선 2무2패로 열세를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2무1패(승점 2)를 기록한 한국은 중국(승점 5·1승2무)에도 밀려 3위에 그쳤다. 일본은 승점 7점(2승1무)을 챙겨 첫 우승을 차지했다.

홍명보 감독은 호주전 때와 같은 ‘베스트 11’으로 일본전에 나섰다. 한국은 스피드와 압박 그리고 공간 장악이라는 ‘한국형 축구’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일본은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맞불을 놓았다. 한국은 전반 24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일본 공격수 가키타니는 자기 진영에서 올라온 긴 공중볼 패스를 받아 치고 들어간 뒤 골키퍼 정성룡과의 일대 일 찬스에서 슈팅을 날려 골로 연결했다. 한국은 전반 32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윤일록은 페널티지역 밖 왼쪽에서 2대 1 패스를 받은 뒤 침착하게 오른발로 감아 찼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1대 1로 비긴 채 시작된 후반.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팽팽하던 경기는 추가시간에 깨졌다. 한국은 골키퍼 정성룡이 쳐낸 공을 잡아 슈팅을 날린 가키타니에게 또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에서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공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좋았다”며 “선수들의 경기 운영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오늘 경기에서 드러났다. 경기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을 더 보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여자축구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린 지소연(아이낙 고베)의 활약을 앞세워 2대 1로 이겼다. 1승2패로 3위. 앞서 열린 경기에서 중국을 1대 0으로 꺾은 북한은 한국이 일본을 꺾은 덕분에 어부지리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