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차원 ‘정전 60주년’ 행사 없어… 한국전 참전 ‘평가’ 복잡한 심경 반영
입력 2013-07-28 22:53
27일 한국과 북한, 미국에서 대대적인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됐지만 중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행사가 열리지 않아 그 배경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전 참전을 평가하는 중국인들의 복잡한 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관영 언론들은 기념 활동 참석차 방북한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의 동정을 보도하면서 60주년 기념일임을 짤막하게 알렸을 뿐이다.
현재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한국전 참전을 북한은 물론 신생 국가인 중국까지 위협해 온 미 제국주의의 위협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부주석 시절인 2010년 10월 25일 중국군참전 60주년에 노병들을 만나 “위대한 항미원조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이 신생 사회주의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단행한 파병 결정을 부인할 수 없다. 당과 정부의 역사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6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이 1950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국은 적대국에서 협력 파트너로 바뀌었고, 수교 20년이 넘은 한국과도 경제·정치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혈맹’ 개념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북한이 정전 60주년 기념 행사를 성대히 치러 북·중 대 한·미의 대결 구도를 재현하려 하는 사실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화리밍(華黎明) 전 네덜란드 주재 중국 대사는 최근 차이나데일리 기고문에서 “북·중 관계에 있어 ‘항미원조’의 의미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한국전쟁 참전 결정에 회의감을 품는 국민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최대 포털 가운데 하나인 텅쉰(騰迅)이 진행한 온라인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33%가량이 한국전에 참전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2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거행된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 기념식’에 일본 정부 관계자는 초대되지 않았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일 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측은 유엔군 참전 21개국과 중립국감시위원회 참여 4개국 등 26개국을 행사에 초대했지만 일본에는 비공식적으로도 행사 참석을 일절 타진하지 않았다. 일본 측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초대하지 않은 것은 “너무 심하다”는 불만 등이 나오고 있어 냉각된 한·일관계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양진영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