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전 美 대통령·리 초대 유엔사무총장 후손들의 ‘정전 60주년 감회’

입력 2013-07-28 19:31 수정 2013-07-28 23:57


“외할아버지가 신속하게 6·25전쟁 참전 결정을 내린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이 자리에 계셨다면 정말 행복해하셨을 텐데요….”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외손자 클리프톤 트루먼 대니얼(56)씨는 27일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와 이렇게 발전된 모습을 확인하니 정말 기쁘다”면서 “외할아버지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올바른 결정을 하셨다”고 말했다. 대니얼씨는 정전 6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가 주최한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아 지난 25일 방한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은 1950년 6월 30일 미 지상군에 한국 출동을 명령했고 그해 7월 8일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를 유엔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대니얼씨는 자신이 15세 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상하시면도 엄격하신 분으로, 6·25전쟁에 대해선 많이 얘기하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그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우리군 6·25전쟁 참전용사와 이산가족 등을 만나며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대니얼씨는 한국에 대한 소감을 묻자 “무척이나 아름다운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면서 “총성이 오가진 않지만 분단은 엄연한 현실이고 아픔임을 알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 고유의 역사와 상처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직 언론인답게 “미국에서 보는 6·25전쟁과 한국인들이 경험한 전쟁에는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니, 앞으로 꼼꼼히 취재해 한국에 관한 책을 쓰고 싶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1950년 7월 7일 유엔 회원국들의 참전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트리그브 할브단 리 초대 유엔 사무총장의 증손자 얀스 할바드 브라츠(34)씨와 크리스티안 라브리츠 브라츠(33)씨도 방한해 기자들을 만났다. 크리스티안씨는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때 모든 묘비에 꽃들이 꽂혀 있는 걸 봤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가 영구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한국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3년 정전협정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한국에서 1년간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인연이 있는 얀스씨는 “한국인은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를 잊지 않는 아름다운 전통을 지녔다”면서 “10년 전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어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