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입양인 대회] “입양아는 어디서나 이방인… 정체성 찾도록 도와야”
입력 2013-07-29 02:02
팀 홈 세계한인입양인협회 회장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팀 홈(56·사진) 회장은 28일 해외로 입양된 이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자신의 경험으로 설명했다.
홈 회장은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고아원에 버려졌고 두 살 때 미국 오리건주로 입양됐다. 거울을 보며 자신이 금발의 부모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다섯 살 때였다고 한다.
그는 “미국에선 생김새가 달라 ‘외국인’이었고 한국에서는 한국말을 못해 이방인이었다”며 “입양아들이 이런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도록 돕는 게 IKAA의 주요 활동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홈 회장은 1998년 결혼한 뒤 이듬해부터 부인 킴 홈 IKAA 고문과 입양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라고 적힌 그의 명함에는 IKAA 로고가 크게 박혀 있다. 이제는 딸도 입양인을 위한 사업에 동참했다.
홈 회장은 99년부터 매년 한 번씩 한국에 와서 친부모를 찾고 싶어하는 입양인들의 만남을 돕고 있다. 그는 “3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 참가하려고 2년간 용돈을 모아 신청한 고등학생도 있었다”며 “입양인을 위해 행사를 열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친부모를 만나고 싶다며 홈 회장을 찾아온 13세 소녀는 자신을 입양 보낸 친엄마를 원망하고 있었다. 홈 회장이 수소문 끝에 찾아낸 친어머니는 14세에 소녀를 나은 뒤 입양 보낸 터였다. 홈 회장은 소녀에게 “네 나이에 엄마가 너를 가졌다. 너라면 어떻게 했겠니? 그런 결정을 해야 했던 엄마를 이해하자”고 말했다. 소녀는 눈물을 흘렸고 친어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홈 회장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을 입양 보낸 친어머니의 결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친어머니가 생후 18개월까지 나를 키웠던 걸 보면 떠나버린 아버지가 돌아오리란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믿음이 깨진 뒤 혼혈인 내가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갖게 해주려고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대해 “한국에선 미혼모가 임신을 당당히 얘기할 수 없다”며 “개정된 법안은 이런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생신고를 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대책 없이 버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입양아들을 향해 “남들과 다른 출발선에서 조금 다르게 살았던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기회를 잡는다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라. 입양은 내게 또 다른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