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2골에 남북 뜨거운 포옹
입력 2013-07-28 18:56
“우승 축하해.” “일본을 잡아 줘서 고마워.” 남북 여자축구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하나가 됐다.
한국 여자축구는 지난 27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을 2대 1로 제압했다. 한국이 우승후보 일본을 꺾은 덕분에 북한은 우승을 차지했다.
◇하나 된 남북 여자축구=북한은 앞서 열린 경기에서 중국을 1대 0으로 꺾은 뒤 관중석에서 가슴을 졸이며 한일전을 지켜봤다. 북한 선수들은 한국을 응원했다. 한국이 일본을 누르거나 최소한 비겨야 우승할 수 있었기 때문.
북한 선수들은 한국의 간판스타 지소연(22·아이낙 고베)이 전반 13분 프리킥 선제골에 이어 후반 21분 결승골을 뽑아내자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일본을 물리친 한국 선수들과 우승을 차지한 북한 선수들은 기쁨에 겨워 그라운드를 돌다 만났다. 남북 선수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시상대에도 함께 올라 환호성을 질렀다. 시상식이 끝난 뒤 남북 선수들은 헤어지면서 손짓으로 ‘다음에 다시 만나자’며 아쉬운 속마음을 전했다.
경기가 열린 잠실종합운동장은 1990년 남북통일 축구가 열렸던 곳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 한국의 윤덕여 감독과 북한의 김광민 감독은 당시 남북통일 축구를 함께 뛰었던 사이다.
◇절반의 성공 거둔 ‘윤덕여호’=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2연패로 부진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강호 일본을 잡아 체면을 세웠다. 북한(2승1무), 일본(1승1무1패)에 이어 4개국 중 3위. 한국은 북한전(1대 2 패)과 중국전(1대 2 패)에서 상대를 압도했지만 체력과 기술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잇따라 무너졌다. 그러나 3차전에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우승, 2012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우승 후보 일본을 꺾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윤 감독은 2연패 후 선수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요구했고, 선수들은 확 달라진 모습으로 악착같이 뛰어 일본을 압도했다.
한편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북한 대표팀은 세대교체에 성공했음을 증명했다. 기존 유명 선수들이 대거 빠진 북한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1세에 불과했다. 특히 수비수 허은별(21·FC 4.25)은 자신의 두 번째 A매치이던 한국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라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북한 여자 대표팀은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