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변호 쿠체레나 정체는?

입력 2013-07-28 18:54

아나톨리 쿠체레나(53) 변호사는 이달 초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이라는 서명이 담긴 변호 의뢰 이메일 한 통을 받고 자기 눈을 의심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면 지난달 미국의 무차별적 정보수집 행태를 폭로한 뒤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이름이 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이거 장난 아니야?’라고 말했다지만, 메일은 진짜였다.

스노든의 러시아 체류가 길어지면서 무료변호를 맡고 있는 쿠체레나 변호사도 스노든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현재 스노든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전 세계의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쿠체레나 변호사를 집중 조명했다.

러시아 국내나 국제사회에서 쿠체레나 변호사는 상반된 이미지를 함께 갖고 있다. 스노든의 변호를 적극적으로 맡고 있다는 측면에선 권위에 항거하는 인권변호사의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크렘린궁 고문역을 하는 친(親)푸틴파 변호사이기도 하다. NYT는 “그는 당국에 도전하는 것과 시스템 자체의 일부가 되는 것 사이에서 미묘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적었다.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머무르는 스노든의 거취 결정에도 쿠체레나 변호사는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초 세계 20여개국에 망명을 신청한 스노든을 설득해 러시아에 임시 망명을 신청토록 했다.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스노든 문제가 처음부터 정치사건이었음에도 그는 “나는 변호사다. 정치 문제에 연루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미 법무부는 스노든이 돌아오면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할 것이며, 그를 고문하거나 사형시키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러시아에 스노든의 망명 허용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