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기 대표 재정 악화되자 무모한 선택… 생명 담보로 한 ‘죽음의 퍼포먼스’

입력 2013-07-28 18:48

한강에 투신한 성재기(46) 남성연대 대표 수색작업이 사흘째 난항을 겪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28일 “전날 수중작업을 했지만 물이 탁해 손으로 강바닥을 더듬으며 찾아야 했다”면서 “장맛비에 불어난 강물의 유속이 워낙 빨라 구조대원들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조대는 이날 수색 범위를 행주대교 인근까지 확대했다.

성 대표의 투신은 생명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던 ‘무모한 퍼포먼스’로 드러났다. 성 대표는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26일 저녁 남성연대 회원들과 ‘불고기 파티’를 열 계획이었다. 위험하다고 말리는 아내에게도 “자살이 아니다. 헤엄쳐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생명을 상품화 해 퍼포먼스 소재로 삼고 또 이를 방관한 사람들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성연대는 그간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려 왔다.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최근 2년간 수입·지출 내역에서 회비·후원금 등 수입은 1956만원인데 지출은 2억4670만원이나 됐다. 재정이 악화되자 극단적 행동으로 이목을 끌어 재원을 충당하려 했던 것이다. 남성연대와 연합 활동을 추진했다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2년 전 뜻이 맞아 연합하려 했는데 성 대표가 집회 등 활동엔 큰 관심이 없었다. 사무실 얻을 대로 다 얻고 비용을 많이 쓰는 걸 보고 (연합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 경제학과를 나온 성 대표는 군 가산점 제도가 폐지되자 2006년 ‘반페미니즘 남성해방연대’를 결성했다. 2007년엔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한 1인 시위’를 하며 유명세를 탔다.

2011년 법원에 “여성가족부가 ‘가족’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고, 같은 해 11월 영화 ‘너는 펫’이 남성을 비하한다며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엔 “충북 제천여성도서관은 남성 차별 기관”이라며 시위를 벌였고, 10월엔 여성의 생리휴가가 남성차별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종합편성채널 방송과 트위터 등에서 “나라도 남자가 지켜, 가족부양도 남자가 해 대체 여잔 뭐하나?” “출산율 세계 꼴찌, 모성이 배제된 생리는 장애다” 같은 자극적 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자살예방 전문가 이광자(65·여) 이화여대 간호학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생명을 경솔하게 여기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모방 행위의 여파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자살예방총연합회 김영진(61) 회장은 “죽음에는 장난이 있을 수 없다. 방조자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성 대표의 투신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에게 적용할 혐의가 분명치 않아 법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