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도 피우는 ‘까치 담배’ 일선 교사들은 단속 뒷짐만
입력 2013-07-29 03:00
“이번 판 끝나고 ‘담탐(담배 타임)’?”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을 둔 주부 이모(40)씨는 지난 18일 동네 PC방에 아들을 데리러 갔다 아무렇지 않게 ‘까치담배’(담배 한 개비를 이르는 속어)를 주고받는 학생들을 목격했다. 고등학생쯤 돼 보이던 덩치 큰 남학생이 초등학생 ‘손님’을 상대로 개비당 1000원에 담배를 팔고 있었다.
김씨는 “밖에 나와 보니 까치담배를 구입한 초등학생들이 주르르 모여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며 “담배를 팔던 학생도 알고 보니 초등학생이었다”고 혀를 찼다.
사회적으로 담배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담배 구입이 쉽지 않은 10대들 사이에서 ‘까치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흡연을 하는 학생들은 신분증 없이도 담배를 쉽게 구할 수 있고, 판매하는 학생은 담배를 구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대신 6∼7배 폭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돈 넉넉하고 담력 있는 아이들이 일종의 담배 중간상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PC방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까치담배로 흡연을 처음 배우는 현상도 생겨났다.
이렇게 담배를 시작하는 연령대는 낮아지고 학생들 사이에서 ‘담탐’이니 ‘까치담배’니 하는 용어까지 회자되고 있지만 일선 학교들은 흡연 단속에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 H고의 김모(43) 교사는 “교사들의 생활지도 권한이 급격히 약해진데다 학교폭력에 온 힘을 쏟아 붓느라 흡연 단속엔 힘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흡연 담당교사를 지정하거나 흡연측정기를 동원해 아침마다 흡연자를 단속하는 학교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흡연을 적발하더라도 금연 서약서, 교내 봉사 등 경미한 ‘처벌’이 있을 뿐 금연을 돕기 위한 적절한 사후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79곳인 흡연선도학교를 더욱 확대해 흡연예방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는 모든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반 단위 ‘금연교육’을 실시하는 등 체계적인 금연예방책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