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제일교회 이색 ‘쿠폰북 전도지’ 인기

입력 2013-07-28 18:41


지난 25일 오전 서울 상도동의 한 아파트단지 앞.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시원한 매실차와 함께 쿠폰북을 나눠주면서 “꼭 한번 찾아오세요”라고 권유하는 여성들이 있다. 새로 문을 연 대형마트 홍보가 아니었다.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 홍보’를 위해 거리로 나온 서울 상도제일교회 성도들이었다.

대체로 전도 현장 주변에선 버려진 전도지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1∼12시 상도제일교회 성도들이 나눠준 ‘쿠폰북 전도지’는 모두 행인들 손에 들려 집으로 배달됐다.

쿠폰북에는 교회 인근 상점 60여곳에서 쏠쏠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ℓ당 70원을 할인해 주는 주유소, 아기 성장 앨범 제작비 14%를 깎아주는 사진관,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주는 커피전문점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우대권이 많았다. 또 여느 백화점에서 만든 것 못지않은 세련된 디자인에다 갖고 다니기 편한 수첩 모양으로 제작된 점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쿠폰북 사이사이에는 성경 말씀과 교회 예배를 안내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물론 쿠폰북을 가져간 사람 모두 교회에 나오지는 않지만 교회를 알리는 효과는 컸다. 지난해 9월 제작한 쿠폰북 4만권은 나눠준 지 8개월여만에 동이 났다. 지난 4월 어린이주간을 앞두고 새로 만든 쿠폰북도 3만여권 가운데 1만여권이 나갔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 쿠폰북에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자주 가는 돈가스집, 빵집, 문구점 등의 쿠폰이 있다.

문정윤 부목사는 “쿠폰북 전도를 한 뒤 10여 가정이 교회에 새로 등록했다”며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교회 이름과 그 선한 영향력을 알리고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탁월한 전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경(43·여) 집사는 “쿠폰북을 받으신 분들은 직접 교회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누가 어디 좋은 교회 없느냐고 물으면 우리 교회를 소개해 주신다”며 “(쿠폰북을) 더 달라고 교회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쿠폰북 전도는 조 목사와 부교역자들이 5년 전쯤 시작한 ‘상점 전도’에서 시작됐다. 좋은 물건, 맛있는 음식을 비교적 싸게 파는 상점을 주보 8면 중 마지막 면에 소개하고 상인들에게는 “우리 교인이 가면 좀 잘해 달라”고 부탁하는 방식이었다.

상인들은 상점 홍보 효과뿐 아니라 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고 교인들은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다. 상점 전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만든 게 쿠폰북이었다. 조성민(45) 목사는 “출판과 디자인 일을 하는 크리스천들 덕분에 쿠폰북 제작비를 시중가의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처음에 “또 전도하러 왔느냐” “홍보비를 한 20만원 드리면 되느냐”는 등 탐탁지 않아 했으나 어느새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 교회에 찾아와 “왜 우리 상점은 소개해 주지 않느냐”고 문의하는 상인도 있었다.

조 목사는 “내년에 청소년용 쿠폰북을 제작해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할 계획”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