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참전용사 “아리랑, 정말 아름다운 노래” 백선엽 대장 연단에 등장하자 박수갈채
입력 2013-07-28 18:30
“60여 년 전 일이 어제 같다. 당시의 그 혹독한 추위, 전사한 전우들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미 기갑 1사단 소속으로 한국전 당시 18개월간 한국에서 싸운 앤서니 맬러밴드(80)씨는 27일(현지시간) 대형 스크린에 당시 전투장면 등이 비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이 행사에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워싱턴DC 내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개최된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에는 수백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포함해 7000여명이 참석했다. 각종 휘장이 달린 예복을 입은 이들의 상당수는 휠체어를 의지해야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9시45분 모터케이드의 경호 속에서 백악관을 출발, 행사장으로 향했으며 20분 뒤인 10시5분쯤 도착했다. 기념식은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측 김정훈 특사와 함께 참전기념비에 공식 헌화하고 참전용사 동상 앞에서 경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샐리 주얼 미국 내무장관이 환영사를 낭독했고 이어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의 축사, 제임스 윈펠드 합참 차장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축사 순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가족들과 환한 표정으로 얘기를 주고받던 참전용사들은 화면에 60여년 전 자신들과 전우들이 치른 한국전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재연되자 심각한 표정이 됐다. 맬러밴드씨 옆의 참전용사는 미 군악대가 오바마 대통령 연설 전 연주한 ‘아리랑’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정말 아름다운 노래”라고 말했다.
오전 일찍부터 한국의 전통공연과 미국 해병대의 군악연주, 참전용사 기념비 헌화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한국전 당시 미군 군복과 배낭, 무기를 든 군인들이 곳곳에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헤이글 장관, 신세키 장관 등 미국 인사들도 “잊혀진 승리를 기억하자”거나 “미국이 동맹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백선엽(93) 예비역 대장이 연단에 등장하자 미국의 참전용사들은 곳곳에서 일어나 경의를 표했고, 청중들도 박수를 보냈다.
아산재단이 설립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인 아산서원 학생으로 미 헤리티지재단에서 연수 중인 유하늘(26)씨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 오래되고 두텁다는 사실을 기념식을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서 힘과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지난 22일 핸드바이크(다리 대신 손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를 타고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를 출발,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를 거쳐 워싱턴DC에 도착한 ‘국가유공자1급중상이용사회’ 소속 회원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념식 참석 후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감사편지를 낭독했으며 28일 메릴랜드 주도인 아나폴리스에서 해단식을 갖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남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