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아랍의 주말… 이집트, 시위 무력진압 80여명 사망

입력 2013-07-28 18:21 수정 2013-07-28 23:29

아랍의 주말이 피로 물들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집트에서만 최소 80여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최대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권 지도자들이 암살된 튀니지와 리비아에서도 성난 시위대가 군경과 격렬하게 맞서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집트 복지부는 27일(현지시간) 시위가 시작된 전날부터 이틀간 수도 카이로에서 72명,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카이로 외곽 나스르의 병원이 밝힌 사망자는 카이로에서만 75명이다. 무슬림형제단은 12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28일에도 포트사이드와 카프르 엘자야트에서 각각 한 명씩 숨졌다고 AFP가 전했다.

발표 주체에 따라 부상자도 최소 600여명부터 많게는 4500여명까지로 집계됐다. 이달 초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쫓아낸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로 치닫는 상황이다.

유혈사태는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나온 시민들을 군부가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벌어졌다. 앞서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은 이슬람 시위대에 해산을 촉구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었다.

시위를 주도한 무슬림형제단의 게하드 엘 하다드 대변인은 “경찰이 시위대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총을 쐈다”고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최루탄만 사용했을 뿐 폭력사태를 조장한 건 무슬림형제단이라고 반박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집트군은 의사표현과 집회의 자유 등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유혈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권 지도자의 피살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한 명이 사망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경찰차에 설치된 폭탄이 터졌지만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동부 벵가지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어 벵가지 인근 교도소에서는 폭동이 일어나 죄수 1000여명이 탈옥하기도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