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벤트로 한강 투신하는 세태와 구경꾼들

입력 2013-07-28 18:05

인터넷에 예고한 뒤 실행에 옮긴 한 단체 대표의 한강 투신을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된 생명경시 풍조가 도를 넘어선 듯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생명을 담보로 흥정하듯 퍼포먼스를 펼치고,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방관자처럼 촬영에만 몰두하는 황당한 행태는 충격적이다.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다.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26일 마포대교에서 한강에 투신했다. 성 대표는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방송과 인터넷에서는 어느 정도 유명인사이다. 남성연대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모금을 위해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려고 위험한 이벤트를 했다고 하니 혀를 찰 일이다.

그는 투신하기 전 ‘수영을 잘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완고하게 버텼고, 사전에 다이빙 풀 같은 곳에서 자세를 연습하는가 하면 전문가들과 논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려 물이 많고 유속이 빠른 한강에서 그런 무모한 이벤트를 벌여야 했는지 의문스럽다. 더구나 마포대교는 난간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다양한 문구와 ‘생명의 전화’가 비치돼 있고 투신이 많은 지점에 자살을 만류하는 ‘한 번만 더’ 동상도 세워져 있는 ‘생명의 다리’가 아닌가.

성 대표가 투신 직전 난간 바깥쪽을 잡고 서 있을 때 남성 3명이 이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만 할 뿐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도 놀랍다. 단체 운영비 마련을 위해 꼭 생명까지 담보로 걸어야 했는지,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촬영이 우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한밤중에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려던 40대 남성을 온 몸으로 저지하고 설득해 투신을 막은 고교생의 사연도 듣지 못했다는 말인가.

생명은 누구에게나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없다. 퍼포먼스의 소재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이제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고 투신을 방조하는 세태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생명존중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