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평화,우리 기독인들이 만듭시다”… 4개 기독단체 철원 ‘소이산 평화기도회’
입력 2013-07-28 17:33
6·25 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고지쟁탈전이 벌어졌던 곳. 백마고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른 쪽으로는 김일성고지(고암산)도 보였다. 이제는 녹음이 울창한 숲으로 변한 이들 고지는 한국전쟁 당시만 해도 하루에 2만 명 넘게 죽어나갔던 ‘피의 능선’이었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27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사요리 소이산 정상. 동료의 설명을 들으며 북녘 땅을 응시하던 나자르 야치신(23·미국) 선교사는 믿기 힘들다는 듯 연방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를 비롯한 100여명의 시선은 정지석(53·국경선평화학교 대표) 목사의 검지 손가락을 따라 남·북한 접경 지역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오갔다. DMZ(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과 시원하게 펼쳐진 철원평야, 개마고원 다음으로 높은 북쪽의 평강고원, 북녘 땅의 이름 모를 산봉우리까지….
참석자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YMCA전국연맹(한국Y), 성서한국, 평화누리 등 4개 기독단체가 마련한 ‘한국 기독인 소이산 평화기도회’를 위해 모였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를 간구하며, 평화의 전령사로 나설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기도회가 열린 소이산은 지난 58년 동안 UN군과 한국군이 머물다 2년 전 민간에 개방된 곳. 지금도 산 곳곳에는 지뢰가 깔려 있고, 수습되지 못한 참전 군인들의 시신이 많이 남아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한국Y 통일위원장인 노정선 목사의 부연 설명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더 숙연하게 만들었다.
“정전협정이 이뤄진 꼭 60년 전인 1953년 7월27일 바로 이 시간(오후 2시)에도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저기 산등성이 어디쯤에서는 총성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협정식은 그날 오전 10시에 판문점에서 이뤄졌지만, 협정의 효력은 그날 밤 10시부터였으니까요….”
참석자들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60년 전의 오늘을 떠올리면서 묵상의 시간을 잠시 가졌다. 이어지는 찬양의 시간. “당신은 죽은 것들을 살리는 이, 분단을 사슬을 끊고 통일 세상을 여는 이….” 평화의 마음을 모아 부르는 찬양(평화의 아침을 여는 이)이 소이산 자락에 울려퍼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한국기독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WCC(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에 북한교회와 기독인들이 참여해줄 것과 인도적 대북지원 확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김영주 NCCK 총무는 “지난 60년동안 전쟁 상황이 끝나지 않은 채 살아오고 있지만 우리 기독인들은 평화를 만들고 전하는 일을 게을리할 순 없다”면서 ‘피스메이커’로서의 사명을 강조했다.
2시간여 진행된 기도회의 끝은 종이비행기 날리기. ‘더 이상 휴전선은 없다.’ ‘하나님, 평화통일을 선물로 주세요.’….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평화와 통일의 소원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허공을 향해 힘껏 날렸다. 하늘로 떠오르자마자 다시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종이비행기. 비행기를 다시 주워 또 날려보는 어린이의 마음은 평화를 향해 인내하며 기도하는 기독인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아보였다.
철원=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