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인데 숙박비라도 아끼자” 허리띠 조인 샐러리맨

입력 2013-07-28 17:26 수정 2013-07-28 23:55


길어지는 경기침체가 샐러리맨들의 휴가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여름휴가를 즐기면서도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래서 택하는 곳이 회사가 운영하는 연수원이나 제휴 콘도다. 너도나도 싸고 깨끗한 숙소 구하기에 뛰어들면서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렸다.

LG그룹이 운영하는 경기도 곤지암리조트에 LG전자 직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휴가 기간 LG전자 직원들이 곤지암리조트 숙박을 신청한 건수는 1500여건이었지만 올해는 2200여건으로 46%나 껑충 뛰었다. LG그룹은 LG 임직원에 한해 일반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객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LG전자 직원들이 경북 울진의 LG백암연수원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신청한 건수도 2900여건으로 지난해 2600여건보다 늘었다. 백암연수원은 LG 임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SK이노베이션은 법인 명의로 콘도를 빌려 직원용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정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지역 펜션과 농원을 임대해 임시휴양소로 쓰고 있다. 주말에는 임시휴양소 경쟁률이 3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8일 “예년에는 울산지역 임직원들이 강원도 등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의 콘도에 묵겠다는 신청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불황의 영향으로 울산 인근의 콘도를 주로 신청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국에 30곳 이상의 콘도 등 숙소를 마련해 직원들에게 휴양소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휴가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약이 마감됐다. 전국 5곳의 수련원을 운영하는 KT도 신청이 마감된 지 오래다. KT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신청자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금융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휴가철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은행 연수원이나 제휴 콘도 등의 경우 경쟁률이 해마다 치솟고 있다.

전국 18개 시설을 활용하는 IBK기업은행의 숙박시설 이용 경쟁률은 올해 4대 1 수준까지 올라갔다. 7개 콘도에 44개실을 운영하는 외환은행도 지난해와 올해 경쟁률이 2대 1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매년 7∼8월 성수기에 강원도 속초 연수원 등 전국 26곳의 호텔과 콘도, 리조트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 모두가 이용하기엔 역부족이다. 전체 임직원은 2만2000명인 데 비해 5800명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지난 3년 내에 사용 경험이 없는 직원부터 이용케 하는 형편이다.

재계 관계자는 “휴가는 사기 진작과 지방경제 활성화 등에 큰 역할을 한다”면서 “기업들은 휴양소 확충 등 국내 휴가를 늘릴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박은애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