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세고 연비 좋은 ‘강심장’ 몰려온다

입력 2013-07-28 16:57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디젤엔진 경쟁’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수입차 업체가 디젤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계속 공략하자 국산 자동차 업체도 디젤로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디젤엔진 탑재한 아반떼 나온다=현대·기아자동차가 마침내 디젤엔진 차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지난 25일 상반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디젤 승용차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해치백 일부 모델에서 디젤 모델을 채택했지만 주력인 세단에서는 대부분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다.

이 부사장의 언급은 디젤엔진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거침없이 잠식하고 있는 독일차에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사장은 “수입차와 비교해 라인업이 부재한 부분이 디젤 승용차라고 판단해 많이 보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다음달 말이나 9월 초에 출시할 아반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에 디젤엔진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i30에 장착된 1.6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이 엔진은 128마력, 최대토크 26.5㎏.m, 복합연비 16.2㎞로 힘과 경제성을 겸비했다.

기아차 박한이 재경본부장(부사장)도 연말쯤 2014년형 K3를 출시하면서 디젤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26일 콘퍼런스콜에서 밝혔다. K3 디젤에도 1.6디젤엔진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취향이 달라졌다”=현대·기아차가 디젤엔진에 눈을 돌린 이유는 디젤 승용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 국내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는 특유의 덜덜거리는 소음 때문에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디젤엔진을 단 수입차가 늘면서 디젤 승용차를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연비 효율이 좋은 디젤 승용차에 대한 선호도도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기술 발달로 디젤엔진의 소음도 많이 개선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우리가 기술력이 부족해 디젤 승용차를 만들지 못한 게 아니다. 유럽 공장에서는 디젤 승용차를 더 많이 만들고 있다. 그동안 고객들이 찾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연비와 환경보호 관련 규제가 늘고 있는 것도 업체들이 디젤 승용차 생산을 늘리는 배경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한 기업이 판매하는 전체 차량의 평균 연비 목표를 ℓ당 17㎞ 이상(또는 온실가스 140g/㎞ 이하)으로 정해놓고 있다. 자동차 업체로서는 연비가 좋은 디젤 차량을 더 많이 생산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해당 기준은 2020년까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벤츠, 디젤 하이브리드 차 내놓는다=하반기 출시될 수입차의 상당수가 디젤 차량이다. BMW는 올 가을 내놓을 뉴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세단과 투어링 라인업에서 모두 6종의 디젤엔진을 포함시켰다. 새로운 엔트리 모델로 5시리즈에 합류할 뉴 518d에 장착된 디젤엔진은 유럽연합(EU) 기준으로 22.2㎞/ℓ의 평균연비와 119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록할 정도로 효율성이 뛰어나다. 그란 투리스모 라인업에도 3종의 디젤엔진이 장착된다. 가을에 함께 출시될 뉴 4시리즈 420d 쿠페에도 4기통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하반기 본격 판매하는 더 뉴 E 클래스 7종 가운데 3종도 디젤 차량이다. 이 가운데 더 뉴 E300 블루테크 하이브리드 아방가르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디젤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직렬 4기통 디젤엔진에 20㎾의 전기모터가 장착돼 유럽 기준으로 연료 4.1ℓ로 100㎞를 주행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07g/㎞에 불과하다. 폭스바겐이 최근 출시해 젊은 층의 인기를 얻고 있는 7세대 골프도 디젤엔진을 달고 있다.

◇‘엔진 다운사이징’도 확산 추세=국내차 업체가 수입 디젤 승용차에 맞서는 또 다른 방법은 ‘엔진 다운사이징’이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작은 배기량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엔진을 설계하는 것이다. 출력이 좋아지면서 연비도 향상돼 경제성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르노삼성이 최근 내놓은 SM5 TCE가 대표적이다. 이 차는 1.6ℓ급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2.0ℓ 중형차와 비슷한 190마력의 힘을 낸다. 기아차 박한이 재경본부장도 “디젤도 디젤이지만 터보 GDI엔진을 갖고 대응하려 한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지엠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판매되는 디젤 준중형인 G2 크루즈의 판매 확대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난 4월 출시한 2014년형 모델에는 최첨단 가변형 터보차저를 적용한 2.0ℓ 디젤엔진이 탑재돼 있다. 터보엔진을 장착한 차량도 하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쇼 카(show car) 형식으로 선을 보인 쉐보레 아베오와 크루즈다. 두 차에는 1.4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