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훈장보다 값진 메달… DMZ 녹슨 철조망이 美 감동시켰다
입력 2013-07-28 18:09
보은메달 증정식은 미국 참전용사 대표 20여명이 27일 오전 9시(현지시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Korean War Veterans Memorial)에 헌화하면서 시작됐다. 찰스 랭글 미 연방하원의원을 포함해 공군과 해군, 해병대 등을 대표한 참전용사들은 차례로 기념비에 헌화했다.
이어 국민일보 조민제 회장, 6·25 정전 60주년 기념사업회 이강두 대표회장,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우리민족교류협회 송기학 이사장, 서대천 목사, 우리민족교류협회 이경화 미주총재 등 우리 측 대표단 6명이 참전용사 대표단에게 보은메달을 직접 증정했다. 참전용사 대표단은 우리 측 인사들로부터 ‘이 보은메달은 휴전선 폐철조망을 녹여 제작됐다’는 설명을 듣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국전 당시 미 제2사단 제503야전포병대대 소속으로 참전했던 랭글 하원의원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싸웠다”며 “한국전은 잊혀진 전쟁이 결코 아니며, 이런 자리에 함께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미 육군 공수특전대 출신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스몰 휠러(83)씨는 “뜻 깊은 메달을 받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고, 해병대 출신 조지 샤우델(84)씨 역시 “장진호전투와 대구 등에서 싸웠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이 행사장에 올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보은메달을 자랑스러워했다.
참전용사 대표단에는 워싱턴에 거주하는 한국전 참전용사회 이태하 회장과 윤상원 부회장도 포함됐다. 윤 부회장은 “보은메달로 정전 60주년 행사가 더욱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며 한국의 ‘선물’에 감사를 표했다. 증정식이 진행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는 28년 전인 1995년 7월 27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제막됐으며, 19명의 군인들이 V자형으로 늘어서 전진하는 모습이 형상화돼 있다.
보은메달은 이날 정전 60주년 기념행사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대부분 여든이 넘은 백발의 참전용사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전달받은 보은메달을 자랑스럽게 목에 걸고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참전용사 남편의 목에 보은메달을 걸어주며 즐거워하는 노부인, 할아버지의 보은메달을 바라보는 손자들의 모습, 휠체어에 앉은 참전용사의 목에 보은메달을 걸어주는 현역 군인들의 즐거운 모습도 행사장 곳곳에서 목격됐다.
행사에 참여한 한 자원봉사자는 “‘자녀들에게 주고 싶다’면서 보은메달을 추가로 요청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미국 사람들에게 메달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지름 7㎝ 크기의 훈장 형태 보은메달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The Korean War Veterans Memorial)’와 ‘감사와 존경(Thanks and Honor)’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메달의 원형 부분은 비무장지대(DMZ) 폐철조망을 녹여 제작된 것이다. 메달 앞면에는 태극문양과 유엔 및 참전국 국기가 새겨져 있다.
워싱턴=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