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준섭] 참의원선거 결과와 아베정권

입력 2013-07-28 19:29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의 참의원 선거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은 재미없는 선거였다. 일찌감치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바와 같이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이 역사상 보기 드문 압승을 거두었다.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함으로써 참의원에서의 ‘여소야대’로 인해 파생되는 정국불안 요소를 해소한 것이다.

이를 놓고 다음 참의원 선거가 행해질 2016년까지 아베 정권은 안정된 정권 운영을 보장받았다거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좀더 우경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그 같은 논의가 설득력이 있지만 필자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아베 정권의 향배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첫째, 과연 향후 3년간 아베 정권은 안정된 정권 운영을 보장받은 것인가라는 문제다.

과거 참의원에서의 여소야대가 원인이 되어 정권이 스스로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소위 ‘결정짓지 못하는 정치’가 계속된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고, 1년 만에 총리가 바뀌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참의원에서의 여소야대가 사라졌다는 것은 이제 정권이 스스로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자민당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내각 지지율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여당 내 총리 반대파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줄어 안정된 정국 운영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제부터 추진하는 정책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정권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참의원에서의 여소야대 상황에 어느 정도 책임을 떠넘길 여지가 사라졌으며, 앞으로 정책이 실패할 경우 그 모든 책임은 연립여당이 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베 정권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베노믹스’의 지속적 추진, TPP 교섭 문제, 소비세 증세 문제 등만 보더라도 아베 정권의 앞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베노믹스가 현재까지는 엔저와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가시적 성과를 낳으며 일본경제에 희망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베노믹스의 장래에 대해서는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물가만 오르고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지나친 재정 지출에 의해 일본의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일본경제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 경우 일본경제에 대한 희망적 분위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아베 내각의 높은 지지율이 급락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참의원에서의 여소야대가 해소됐다는 것만 가지고 향후 3년간의 안정된 정국 운영을 확언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둘째, 아베 정권이 더욱 우경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전망이 가능하다.

계속 우경화를 가속한다는 것은 한·일, 중·일 관계가 더욱 더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아베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일본경제 활성화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의 안보 환경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한·일, 중·일 관계의 고착상태는 일본에 결코 득이 될 것이 없다. 그렇다면 아베 정권이 안정된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일, 중·일 관계에 있어서 보다 유연한 태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아베 정권의 우익적 성향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에 매몰되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할 수가 있다.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아베 정권과 일본 정치의 움직임을 볼 필요가 있다.

김준섭(국방대 교수·안보정책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