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혁상] 停戰
입력 2013-07-28 19:29
정전(停戰·armistice)은 말 그대로 교전 중인 당사자들이 합의에 의해 일시적으로 전쟁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협정은 어느 한쪽이 항복하거나 패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화조약과 구분된다.
학자들은 덴마크 전쟁을 중단시킨 1537년 코펜하겐협정, 1635년 스웨덴-폴란드의 슈툼스도르프협정, 종교전쟁을 끝낸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등을 역사적 의미가 있는 정전협정으로 꼽는다.
1899년 헤이그조약은 관습법처럼 내려오던 정전협정의 일부 조항을 명문화했다. 예컨대 정전협정 당사자들이 정전 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면 언제든 교전을 재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현대 국제사회에선 교전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는 정전협정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휴전 결의를 채택하는 형태로 변형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의는 구속력이 없어 전쟁을 실제 중단시키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따른다.
1900년대 초중반은 정전협정의 시대였다. 브레스트리토프스크조약, 불가리아협정, 무드로스협정, 오스트리아-이탈리아협정, 프랑스-독일 간 1차 콩피에뉴협정 등이 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8년 체결됐다. 1940년의 2차 콩피에뉴협정, 1941년 잔다르크협정, 1943년 이탈리아협정, 1944년 소련-핀란드 간 모스크바협정 등은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협정들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체결돼 수개월 만에 파기되기 일쑤였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한국 정전협정은 세계 전사(戰史)의 수많은 정전협정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정전협상 기간인 25개월은 역사상 가장 오래 진행된 휴전회담이고, 60년의 정전체제 기간 역시 유례없는 최장 기록이다. 또 평화협정 또는 조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사실 한반도에서 종전(終戰)선언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제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엔 참전국과 한국 북한 소련 중국은 1954년 4월 제네바에서 문제를 논의했으나 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80여일 만에 끝나고 말았다.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문제는 2005∼2007년 6자회담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됐지만 곧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올해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국내외 행사가 이제 막을 내렸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이 신기루가 아니라면, 취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지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남혁상 차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