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마다 발길 붙드는 큰울림… 여름 미술관에선 ‘悅音’
입력 2013-07-28 17:03
지루한 장마가 끝나면 곧바로 불볕더위가 엄습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과 바다로 여름휴가를 떠나겠지만 시원한 미술관에서 피서를 즐기는 것도 괜찮다. 미술관에는 작품의 보존·관리를 위해 실내온도를 19도 내외로 맞추는 항온항습 시설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그림도 감상하고 피서도 겸할 수 있는 서울시내 화제의 미술관 전시 3곳을 소개한다.
얼음 설치작 ‘현상에서…’ 청량감 더해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 김구림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한국 전위미술 제1세대 작가인 김구림(77) 화백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지칠 줄 모르는 실험정신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회화와 조각에 집중돼 있던 1960∼70년대 국내 미술계에서 해프닝, 설치미술, 보디페인팅, 실험영화 등을 소개하며 창작열을 불태웠다. 그 과정에서 ‘미친놈’이란 소리도 들었다.
한국미술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원로작가를 초대하는 전시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생존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인 ‘1/24초의 의미’(1969)를 16㎜ 필름으로 복원한 작품 등 30여점이 출품됐다. 1970년 경복궁현대미술관이 물이 샌다는 이유로 철거한 얼음 설치 작품 ‘현상에서 흔적으로’가 청량한 느낌을 준다. 10월 13일까지. 무료 관람(02-2124-8939).
손가락 움직임 따라 구름 만들어져
◇사간동 금호미술관 ‘아트피스(Art Peace): 예술로 힐링하는 법’=설치, 미디어, 사운드 등 다양한 작품에 둘러싸여 관람객이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부담 없이 감상하면서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금민정, 박기진, 산업예비군(김현준·유화수·이완), 유상준, 에브리웨어(everyware), HYBE(한창민·유선웅), Kayip(이우준) 등 작가 7명(팀)이 재기발랄한 작품을 내놓았다.
천장에 설치된 천을 만지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구름이 만들어지는 에브리웨어의 ‘핑크빛 구름’, 그물망을 전시장 공중에 매달아 관람객이 앉거나 누울 수 있게 한 산업예비군의 ‘유연한 긴장’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어린이 대상 워크숍 ‘눈으로 듣는 소리, 귀로 보는 그림’ ‘내 아이와 함께 떠나는 소리 여행’도 마련된다. 9월 22일까지. 관람료 3000원(02-720-5114).
아름답고 경쾌한 인간의 동작 담아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조던 매터 사진전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미국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조던 매터(47)는 와이어나 안전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뛰어 오르거나 덤블링하는 인간의 동작을 디지털 보정 없이 담아낸다. 작가는 무용수가 도약하는 순간, 1000분의 1초를 포착하기 위해 수십 번 동일한 동작을 반복해서 촬영한다. 그의 작품 60여점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무용수들이 바닷가에서 갈매기에게 모이를 주는 장면을 포착한 ‘너를 붙잡는 순간’, 무용수의 공중제비를 렌즈에 담은 ‘구름처럼 가벼운’ 등이 아름다우면서도 경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운동선수들의 율동을 담은 신작도 공개된다. 작가는 발레리나 김주원씨와 서울 광화문·남대문시장 등에서 화보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9월 22일까지. 관람료 6000∼8000원(02-736-437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