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생명경시 도 넘었다’ 투신 예고하고…말리기는커녕 촬영만

한강 투신을 예고해 논란이 됐던 성재기(46) 남성연대 상임대표가 26일 마포대교에서 실제로 투신했다. 남성연대 직원과 한 방송사 기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성씨의 투신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생명을 담보로 흥정하듯 투신사실을 예고하고,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마치 장난삼아 놀이하듯 이를 촬영하는 황당한 행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소방서는 이날 오후 3시19분쯤 마포대교에서 성씨가 투신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해 수색작업을 벌였다. 서울 마포소방서와 한강수상구조대원들이 지원 투입됐고, 구급차 등 차량과 구조선, 구조 헬기까지 동원됐다. 성씨는 마포대교 중간지점 전망대 부근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최근 비가 많이 내려 물이 많고 유속이 빠른 탓에 수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투신 직전인 오후 3시16분쯤 성씨의 트위터에는 “정말 부끄러운 짓입니다. 죄송합니다. 평생 반성 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성씨로 보이는 한 남성이 한강 다리 난간에서 손을 떼고 뛰어내리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또 한 장의 사진에는 성씨가 다리 바깥쪽에서 난간을 잡고 뭔가 얘기하는 장면을 남성 3명이 각자 촬영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2명은 남성연대 관계자이고, 나머지 1명은 한 방송사의 카메라 기자로 알려졌다. 이 사진은 현장에 있던 남성연대 직원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글은 1시간쯤 지나 지워졌다.

그러나 남성 3명이 성씨의 투신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사진이 급속히 퍼지면서 이들의 행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성씨가 마포대교에서 투신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다가 깜짝 놀랐네요”라는 글과 함께 남성 3명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방송사에서 촬영을 와 있었다는데 성씨 투신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남성연대 관계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투신 경위 등을 조사했다. 마포서 관계자는 “성 대표가 숨진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자살방조죄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당 방송사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성씨가 난간을 넘어가서 뛰어내리려는 상황이었고,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찍었는데 성씨가 순간적으로 투신해 구할 겨를도 없었다”며 “투신 전후로 두 차례 경찰과 수난구조대에 구조요청을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성 대표는 지난 25일 남성연대 홈페이지에 “남성연대 부채 해결을 위해 1억원만 빌려 달라”며 “26일 저녁 7시 이전 한강 24개 다리 중 경찰, 소방관 분들에게 폐 끼치지 않을 다리를 선택해서 기습적으로 투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성씨가 투신을 예고했음에도 미리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데다, 투신 후에도 곧바로 찾아내지 못해 늑장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비난도 예상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