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프로야구 홈런왕 ‘1박2최’ 싸움

입력 2013-07-26 18:40 수정 2013-07-26 18:45

흔히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고 한다. 지지부진한 승부를 단박에 뒤집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홈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타자가 친 공이 외야 담장을 넘기는 순간 야구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올해 어느 해보다 치열한 순위싸움 못지않게 불붙은 홈런 레이스가 야구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25일까지 홈런왕 경쟁에서 1위를 달리는 주인공은 20개를 때린 박병호(넥센)다. 지난해 31개로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5월과 6월 각각 5개의 홈런을 터뜨리더니 7월 들어 10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전반기 막바지였던 16일 SK전에서는 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1위에 오른 뒤 선두를 지키고 있다.

박병호는 2001∼2003년 홈런왕 3연패를 달성한 이승엽 이후 첫 홈런왕 연패에 도전한다. 2년 이상 연속해서 홈런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 속에서도 이만수(삼성), 김성한(해태), 장종훈(빙그레), 이승엽 등 4명뿐이다. 홈런왕 2연패는 레전드급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다.

2위를 달리는 선수는 최형우(삼성)다. 최형우는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3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박병호에 1개차로 따라붙었다. 5월까지만 해도 중위권에 있었으나 6월부터 13개를 몰아쳤다. 특히 최근 3개의 홈런은 모두 결승타였을 정도로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최형우는 2011년 홈런-타점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지난해 부진했다. 하지만 올 시즌 홈런왕 타이틀을 되찾아 2011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바람이다.

시즌 중반까지 홈런 1위를 질주하던 최정(SK)은 18개로 3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4∼5월에 현재 기록의 절반이 넘는 홈런 13개를 때렸으나 6∼7월엔 방망이가 다소 식은 상태다. 사실 최정은 박병호나 최형우와 달리 정통 홈런 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2010년과 2011년 각각 20개, 지난해 26개를 터뜨리며 기복 없이 꾸준히 홈런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박빙이지만 박병호의 우세를 꼽는 편이다. 파워와 스윙이 좋은데다 3루수 최정, 외야수 최형우에 비해 움직임이 적어 체력적으로 유리한 1루수나 지명타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두 선수 역시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