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역사인식 부족… 위안부 문제 사죄해야”…‘바람이 분다’ 연출 미야자키 하야오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입력 2013-07-26 18:35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이 문제가 청산돼야 했지만 일본이 돈 버는 것, 경제적인 것에만 신경 쓰다 보니 역사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거론되는 것은 굴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베 신조 정권의 헌법 개정도 상황이 끝난 일이지만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베 총리도 곧 교체될 테니 별것 아니에요.”

6년 만에 신작 ‘바람이 분다’를 연출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72) 감독은 26일 일본 도쿄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최근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글을 발표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1920년대 실제 인물이었던 비행기 설계사의 꿈과 사랑을 그린 ‘바람이 분다’는 관동대지진과 태평양전쟁 등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1903년생 비행기 설계자와 1904년생 시인 겸 소설가인 두 사람이 그 시대를 열심히 살았던 얘기를 그렸다”며 “이들은 당시 아홉 살이었던 내 아버지의 초상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영화에는 직접 묘사되지 않지만 주인공이 설계한 비행기가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가제 전투기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행기는 아름답지만 저주받은 것” “수많은 비행기가 날아갔지만 한 대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대사가 나온다. 영화가 전쟁에 부역한 이들을 미화했다는 지적에 대해 미야자키 감독은 “그것은 당시 인물이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렵고 힘든 시대에 살았다고 해서 단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지난 20일 개봉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영화는 한국에서 9월 초 개봉된다.

도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