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7월 28일 잠실대첩 보라… 홍명보號 2년전 삿포로 굴욕 되갚기 다짐
입력 2013-07-27 06:15
동아시안컵에서 두 경기 연속 무득점과 무승부에 그친 홍명보(44)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바로 28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다. 홍 감독이 팬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려면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또 부숴 버려=홍 감독은 일본에 지는 것을 죽는 것보다 더 싫어한다. 현역 시절부터 그랬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 일본과 치른 8차례 A매치 경기에서 딱 한 번 졌다. 그 경기는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이었다. 당시 한국은 미우라 카즈요시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0대 1로 패했다. 홍 감독은 “앞으로 일본에 지면 축구화를 벗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홍 감독은 일본과의 A매치에서 4승1무를 기록했다. 홍 감독의 선수 시절 일본전 전적은 5승2무1패.
지도자로 변신한 홍 감독은 여전히 일본에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대표팀 코치와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이 된 이후 3승2무1패를 기록했다. 유일한 패배는 올림픽 대표팀 출범 경기였던 2009년 12월 친선경기(1대 2 패)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선수단 미팅. 홍 감독은 일본과 멕시코가 공중볼을 다투던 장면에서 갑자기 동영상을 정지시켰다. “저럴 때는 그냥 부숴 버려!” 홍 감독의 한마디에 선수들의 투지가 불타올랐다. 태극전사들은 다음날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거칠게 일본을 몰아붙였고, 결국 동메달을 따냈다. 홍 감독이 일본전에 강한 이유는 현역 시절 5시즌 동안 J리그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26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오후 훈련에 앞서 “일본전에 나설 선수들의 구상을 마무리했다”며 “두 팀의 경기는 항상 국민적인 관심을 끈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인 만큼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창과 방패의 대결=한국은 1954년 3월7일 스위스 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일본과 첫 A매치를 치러 5대 1로 크게 이긴 이후 지금까지 총 75차례 맞대결을 펼쳐 40승22무13패로 월등하게 앞서 있다. 하지만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일본 사령탑에 오른 이후 2무 1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11년 8월 10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친선 원정경기에서 0대 3 완패를 당해 자존심을 구겼다.
‘사무라이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강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각각 다른 라인업을 내세우고도 중국(3대 3 무승부)과 호주(3대 2 승리)에 각각 세 골이나 터뜨렸다. 일본이 ‘창’이라면 한국은 ‘방패’다 한국은 호주전(0대 0 무승부)과 중국전(0대 0 무승부)에서 포백과 중원의 조합을 달리했지만 모두 무실점을 이끌어 냈다.
홍 감독은 “일본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일본의 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공격을 하는 게 관건이다”고 말했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열리는 건 2000년 5월 유고전(0대 0 무승부) 이후 13년 만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15억원을 들여 개보수에 들어가 운동장의 잔디를 전면 교체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새로 태어난 축구장의 분위기를 띄우려고 동아시안컵의 피날레를 잠실에 배정했다. ‘홍명보호’가 13년 만에 열리는 ‘잠실 A매치’에서 삿포로에서의 치욕을 갚고 첫 승을 챙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