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인사 암살 튀니지, 이집트처럼 되나
입력 2013-07-26 18:23 수정 2013-07-27 01:24
튀니지가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해 초 야당 지도자 피살 후 벌어진 소요사태가 가라앉은 지 5개월 만에 또 다른 야권 유력인사가 암살됐다.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튀니지의 이슬람 정권도 이집트처럼 붕괴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25일 오전 11시쯤(현지시간) 세속주의 성향의 국민운동당 사무총장 무함마드 브라흐미(58)가 자택 주변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가 괴한 2명이 쏜 총에 10여발을 맞고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야권 지도자인 브라흐미는 튀니지 새 헌법 초안을 작성한 제헌의회 의원이기도 하다.
튀니지 정부는 26일 야권 지도자 암살 배후에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살라피스트(성전을 치르는 전사)가 있다고 밝혔다. 튀니지 로트피 벤 젯두 내무장관은 이날 수도 튀니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흐미 암살 사건은 극단적 수니파계열의 살라피스트 부바케르 하킴(30)의 소행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지난 2월 튀니지 좌파 정치연합체 대중전선의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의 암살 사건에도 하킴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튀니스 내무부 청사 앞에는 수천명이 몰려들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재스민 혁명’의 발원지 시디 부지드에도 수천명이 도로를 봉쇄하고 정부를 비판했다.
당초 튀니지 야권은 이날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열 계획이었다. 이날은 튀니지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고 공화국으로 바뀐 지 56주년이 되는 국경일이다. 튀니지 야권은 엔나흐다당 반대 운동을 전개해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집트 반정부 세력 연합체 타마로드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난 2월 6일에는 벨라이드가 무장괴한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당시 배후로 엔나흐다당이 지목되면서 튀니지에서는 2년 전 ‘아랍의 봄’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었다. 당시 집권당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다가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정 구성 약속으로 간신히 이슬람 정권 붕괴를 면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